국민의힘 '대통령 사면론', 선거 이기자 '도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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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통령 사면론', 선거 이기자 '도로 새누리당?'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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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경선 출마자들, 시장 당선자들 모두 '사면' 거론
비대위 사과 불과 4개월 전, 보궐선거 승리에 '태도 변화'
초선 및 청년 당직자 반대 목소리에도 '꿋꿋'
22일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국위원회. 사진=뉴시스
22일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국위원회.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원내대표 및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국민 여론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고 여야 모두 혁신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진들이 '전직 대통령 사면', '탄핵 부당'을 외치고 있고 보궐선거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등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의 보궐선거 승리가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건의해달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 과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징역에 추징금을 낼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는지, 전직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 대통령들의 권력 농단을 사과하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지난 4월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나자 바로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21일 "의원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서 의원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일 뿐 당론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 대행은 "애초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사면을 건의한다고 했고, 많은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이 오랜 기간 영어 생활을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기에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중진들이 잇달아 대통령 사면을 거론하면서 사면이 사실상 당론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4선의 김기현 의원은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어떤 개인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격에 관한 문제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재임 시에 잘잘못은 다 있다. 국격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며 이렇게 법적으로 다 따지도 든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정말 깨끗한지 나중에 검증받을 때 자신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역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태흠 의원도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지 않았다. 국격에도 문제가 있기에 죄의 유무를 떠나 통합적 차원 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 일부 국민들이 곡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부분이 있지만 큰 틀 속에서는 (당이) 다 같이 동의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사면에 힘을 실었다. 그는 21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은 변한다. 두 분 모두 건강이 매우 안 좋은데 문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라고 보고 사면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지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회동에서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여러 정무적 고려를 하겠지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보다 더 오래하고 있지 않나. 이런 차원에서 보면 사면의 적기는 금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일부 보도와는 달리 대통령께서 숙고 중이고 시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제 개인적으로 받았다. 국민 통합의 가치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화합의 장으로 가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진들의 잇달은 사면론에 당내 초선 의원들과 청년 당직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어떤 국민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반발했고 초선인 조수진 의원은 "대통령의 탄핵은 역사와 국민에게 큰 죄를 저지른 것이다. 서병수 의원님의 사과를 간곡히 요청하며 국민의힘이 진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재섭 비대위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4개월 전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다시 사면론을, 그것도 선거 끝난 일주일 정도 지나서 꺼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저당이 이제 좀 먹고 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에 대한 심판과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같이 어우러져 높은 지지율을 보여줬는데 (두 시장이) 처음 꺼낸 것이 사면이라는, 어떤 굉장히 정치적이고 해묵은 문제를 던지다 보니까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들이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하면서 보수층을 흡수하려는 계획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이 정작 국민의힘 지지 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도로 새누리당'으로 갈 경우 청년들에게 다시 외면당하며 내년에 또 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때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를 본다면 더욱 그렇다. 중진들이 여전히 지나간 '사면론'을 외치는 속에서 국민의힘의 개혁도 멀어진 셈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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