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정치, 약삭빠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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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한 정치, 약삭빠른 정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4.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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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노자의 말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그 정치를 (곁으로)어리숙하게 하면 그 백성은 점점 더 순박해지고, 그 정치를 약삭빠르게 하면 백성들은 점점 여유(쫓기듯 산다)가 없어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 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여기서 어리숙하다는 것은 너그러운 정치를 말하는 것이지 진짜 어리숙하게 정치를 하라는 건 아니기때문이다. 약삭빠르게 하는 것은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해 백성을 속이는 것 말한다.

이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해온 일을 보면 아마도 이런 상식적인 이치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불리한 통계는 조작하거나 쏙 빼고 손해가 가는 사건은 입을 다물거나 왜곡해서 전한다. 그 사례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찾아 지적하기도 어렵지만 최근 백신 부족을 탓하는 정당이나 언론을 두고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한 것은 정말 ‘내로남불’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180석을 주워 담은게 이 정부 아닌가 말이다. 어디가서 골랐는지 몰라도 논문조작, 부동산 투기 등 이런저런 법을 어긴 사람들만 골라서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세우는 것도 참으로 당차다.

더욱 귀를 의심스럽게 하는 것은 조만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 두고 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은 25일 “(국제사회가)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며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일부 유럽국가들의 백신 구매를 비판했다. 여기서 자국 우선주의는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신, 존슨앤존슨(얀센)에서 개발한 자국 백신을 가진 미국을 지칭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보아오포럼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 사이라도, 기업 간이라도 곧 만날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런 식으로 한쪽 편을 들면 욕 먹는다. 하물며 일국의 정상인 대통령 간의 만남에 있어서야 두 말해 무엇하겠는가.

노자의 말처럼 문 대통령은 정치를 약삭빠르게 하는지 아니면 어리숙하게 하는지 헷갈린다. 보통 상식으로는 상대에게 대놓고 불쾌감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통혁당 사건을 일으킨 신영복을 존중하고 그와 함께 활동했던 기세춘의 딸 기모란을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하는가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견고한 지도 아래 중국이 방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국가가 됐다"고도 했으니 아무래도 미국 보다는 중국에 호감이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자가 말한 “어리숙하다는 것은 너그러운 정치를 말하는 것이지 진짜 어리숙하게 정치를 하라는 건 아닌 것”처럼 우리 대통령도 그런 경지인지도 모르겠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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