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춘천 계성학교 재구조화 추진과 사라지는 농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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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춘천 계성학교 재구조화 추진과 사라지는 농학교들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4.28 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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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춘천지역 특수학교 재구조화 공청회에서 춘천계성학교를 졸업한 농인들과 강원도교육청 담당자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김철환
지난 26일 열린 춘천지역 특수학교 재구조화 공청회에서 춘천계성학교를 졸업한 농인들과 강원도교육청 담당자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26일 강원도에 위치한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춘천권 특수학교의 재구조화(재편)를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이 공청회는 강원도교육청이 주관한 것인데, 특수학교를 재편하면서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강원도교육청이 특수학교들을 재편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40년이 넘는 학교 건물이 낡고 오래되다보니 불편하고 편의시설 기준에 맞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그래서 개보수와 증축을 하되 정보사회에 맞추어 추진하고, 이를 통해 스마트 미래학교를 도입하는 등 미래형 학생 중심의 학습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농학생 수의 감소 때문이다. 춘천 계성학교(이하 계성학교)는 1976년 3월 초등부를 시작으로 농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점차 학생이 줄면서 현재는 전교생 42명 가운데 7명만이 농학생이다. 나머지는 발달장애인 등 중증장애 학생으로 농학교로서 명맥을 잇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재편을 통하여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 종합학교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발달장애학생 등이 재학 중인 춘천 동원학교(이하 동원학교)는 춘천시내에서 거리가 멀어 장애인들의 통학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춘천권 내 특수학교를 재편하여 계성학교는 중학생까지 교육을 하고 상대적으로 먼 동원학교는 고등학교와 직업교육을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일부 교사와 학교 졸업생들이 우려의 목소리들을 냈다. 강원지역에 농아동이 있는데 농교육을 포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수어 관련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데 현재의 재편은 이에 반하고 있고, 기계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졸업생들은 농교육의 현실을 무시한 재편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의 농교육은 1909년 미국선교사인 홀(R. S. Hall)에 의해 평양에서 시작되었다. 1913년에는 일제가 세운 구빈기관인 제생원에서 농인 직업교육을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농교육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다른 장애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되었다. 이러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통합교육 환경이 확대되고 인공와우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농학교의 입학률이 줄었다. 2019년 현재 특수학교에는 전체 농학생의 23%가 재학하고 있다. 나머지 76%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나 전일제 통합학급 등에 다닌다. 

농학생이 줄면서 특수학교인 농학교들도 다른 장애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1970년 이후 21개교로 늘어났던 전국의 농학교가 14개로(2019)로 줄었고, 남아있는 학교들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언제 계성학교와 같은 상황이 올지, 위기 속에 있다.

분리교육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통합교육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통합교육은 확대되는 추세이다. 농인에 대한 편견, 인공와우 수술의 확대는 물론 특수교육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일반학교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통합교육도 농학생에 대한 이해부족과 준비부족으로 교육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춘천지역의 특수학교 재편은 앞으로 TF(티에프) 팀을 꾸려 의견수렴을 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도 계성학교는 농학생들이 없는 이상 대안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계성학교에서 농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계성학교의 문제는 춘천지역 만의 문제만 아니기 때문이다. 계성학교의 전환은 그동안 버티고 있던 다른 공립 농학교나 농교육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이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농교육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 농교육에 대한 포기가 아닌 농교육의 새로운 방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노력들이 나왔으면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농교육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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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댁 2021-04-28 22:26:20
계성학교에서 청각학생 교육 계속해야 합니다.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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