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우리는 모두 '윤며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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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우리는 모두 '윤며들고' 있습니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5.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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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왼쪽)이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AP/뉴시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왼쪽)이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이럴 줄 알았습니다. 이런 말 생길 줄 알았다니까요. 이미 '난설헌스럽다'는 말도 있었잖아요. 홍길동을 쓴 허균 작가 누나로 조선 최고 여성시인, 허초희의 호인 ‘난설헌’에 ‘스럽다’를 붙여, 고고한 자태를 갖는다는 뜻의 부사로 쓰자는 학계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윤며들다'. 배우 윤여정의 매력에 스며든다는 뜻의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또래이거나 더 위 노년층은 물론이고 2,30대 청년층까지 스물스물 윤며들고 있습니다.
한국 배우론 처음 아카데미상이라는 딥따 큰 상 받은 결과이겠지만요, 그의 인생과 연기철학 무엇보다도 그걸 잘 표현한 수상소감이 멋졌기 때문일 겁니다.

사회를 우당탕 뒤흔들며 난리를 친 일은 장본인이거나 주인공의 이름이 붙어 고유명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 아시는 대로 ‘스며들다’는 원래 ‘속으로 배어든다’, ‘마음속 깊이 느껴진다’는 의미 아닙니까. ‘김재화의 아재개그를 듣고 있노라니 웃음기가 온몸에 스며든다’는 사례가 좋은 예문이겠죠. ㅎㅎ

지금 이 말에 해시태그가 마구 붙고 있습니다. ‘#윤며들다’는 곧 국어사전은 물론 대영사전 브리태니커에 실릴지도 모를 정도로 겁나게 유명합니다. 도대체 5천만 국민이 배우 윤여정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뭘까요? 수상소감 곱씹어보면 분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일흔도 중반에 이르는 노땅 56년차 배우에게 특히 젊은 학딩 직딩들도 열광하는 건 ‘연륜에서 느껴지는 호방한 유머’, ‘상대방에게 불편하지 않은 말을…’,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뼈 있는 말은 다 하고…’, ‘직설적으로 할 말은 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말이 맞죠, 그쵸?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 아재개그에 이 코미디작가도 벌러덩 뒤집어졌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무슨 대화를 나눴고, 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습니까?”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어요. 나는 개가 아닙니다.”

권위라고는 이미 하수구 같은 곳에 버린 모양입니다. 삶의 고통스런 경험을 이렇게 진솔하게 말하긴 힘듭니다.
“연기가 참 훌륭하십니다.” “나는 배고프고 처절해서 한 건데 남들은 잘 했다고 그러네요.”

우리 작가도 돈이 꽂혀야 원고에 영감이 팍팍 떠오르는데요, 대배우도 하하~ 입금이 연기를 빛나게 해주는 모양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존버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 버티는 게 이기는 겁니다.” 아, 이만한 대국민 정신복구지원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녀의 센스 있는 입담이 금(金) 이상 가치로 충분한 것은 요소요소에서 보였습니다.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에서는 “매우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로부터 받은 상이어서 더욱 뜻깊어요.”했던 이 당당함. 글렌 클로스 등 탈락한 다른 후보들을 향해선 “우리는 각자 다른 역할을 열심히 연기했으니,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며, 걸출한 실력을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을 뿐”이라며 겸손해 하는 대목, 압권이었습니다.

일흔 중반 할매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것만도 용한데, 삼삼한 말로 젊은층에게는 위로를 노년층에게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아, 이만한 대국민 정신복구지원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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