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화장실 이용 요청 거부, 규정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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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화장실 이용 요청 거부, 규정상 안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5.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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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안내소 직원 "화장실 안 못 도와준다" 이용 요청 거부
코레일 "여객시설 내 이용 지원 외에는 서비스 제공 의무 없어"
장애인단체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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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중증장애인이 서울역에서 '화장실 이용 지원요청'을 거부당한 일이 발생했다. 코레일 측은 '규정상 여객시설 이용 외에는 서비스 제공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것이기에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중증뇌병변장애인 노동자 A씨는 코레일 서울역사에서 자신의 '장애인근로지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혼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A씨는 안내소 직원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B씨는 "화장실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화장실 안에서는 도와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A씨는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B씨는 무조건 '안 된다'며 거부했고 결국 A씨는 화장실 미화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후 A씨의 일행이 도착했고 자초지종을 알게된 일행이 안내소에서 이 문제에 대응을 하자 담당 팀장은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답했고 A씨는 "그 규정을 찾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담당 관리자가 이들에게 관련 규정이 담긴 문서 한 장을 이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문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른 '교통사업자별 제공 탑승보조 서비스' 규정을 명시한 것으로 이에 따르면 '철도'는 '여객시설'에 한해 '발권 지원(탑승 수속), 여객시설 내 이동 및 이동편의시설 이용 지원, 승하차 지원, 목적지 및 환승지 하차 지원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이동편의시설'은 휠체어 리프트,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등을 일컫는다.

즉 여객시설 내에서의 승하차 이용 지원이나 편의시설 이용 지원은 의무 사항이지만 역사 내 화장실 이용 등에 대해서는 서비스 제공 의무가 없다는 것이 코레일의 입장이다. 담당 팀장은 "이 규정에 나와있는 서비스 밖에 제공할 수 없다. 우리들도 코레일 법무팀에 이 사항에 대해 문의를 해서 검토를 해야한다. 무조건 우리 회사의 의무 위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 측은 "규정에 따른 행동이라는 담당자의 말은 임의적인 해석에 불과하고 분명히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규정한 '정당한 편의제공'과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사항"이라면서 "직원 B씨의 쌀쌀하고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났고 그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담당 팀장은 B씨의 행동을 변호하며 주저했고 B씨의 성함조차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레일 측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동법 시행령, 동법 시행규칙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공사는 법 제17조(교통이용편의서비스의 제공), 시행령 제15조(교통이용편의서비스의 종류), 시행규칙 제7조(교통이용편의서비스의 제공방법 등)에 근거해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제26조에는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 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밝히고 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정당한 편의 제공'은 물리적 환경뿐만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이 어려울 때 인적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이 개념이 아직도 자리잡히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100%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역사 안 화장실 등도 엄연히 '여객시설'에 포함되며 규정에 없다는 것이 '지원을 안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코레일이 각성하는 수준이 되어야한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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