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동의' 나선 차별금지법, 국회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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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동의' 나선 차별금지법, 국회 응답할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5.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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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 청원 "나 또한 혐오의 대상 됐다"
여성 비정규직 코로나 확진자 차별 등 퍼지며 '나도 차별받을 수 있다' 늘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10만 행동은 시작, 부정적 시각 전환하는 것이 목표"
지난 24일 열린 '차별금지법 10만행동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지난 24일 열린 '차별금지법 10만행동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넘으며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가운데 14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동성애 옹호'를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10만명 동의'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회 통과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가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자 정규직으로, 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았다. 하지만 6개월 전, 영원히 견고할 것 같았던 이 모든 권력이 단지 저의 성별을 이유로, 말라비틀어진 낙엽처럼 힘없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다.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라는 사실, 그 상대성이 의해 나 또한 약자, 즉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이어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제 친구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대기업에 다니는 또 다른 제 친구는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로 여러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했다. 동성애자이기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저 부모이고 싶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 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 '평범'을 빼앗긴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제게 말한다.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국에서 아이 낳지 말라고, 너도 한국에서 있지 말고 외국으로 나가라고, '탈조선'하라고 말이다"라며 자신은 물론 친구들도 차별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알렸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논의조차 되지 않아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가 '동성애 옹호' 등을 내세우며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회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법 제정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성의 취업 성차별, 장애인 차별, 비정규직 차별 등이 계속 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코로나19 확진자, 확진 의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일이 생기는 등 크고 작은 차별사례들이 곳곳에서 나오자 점점 차별을 '특별한 누군가가 당하는 일'이 아닌 '내가 당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성명을 통해 "그리스도교는 부자와 빈자 사이, 남성과 여성 사이,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사람들 사이, 여러 인종 사이,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아와 같이 세상의 모든 '사이'에서 차이를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에 맞서 보편적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라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그 어느 종교보다 앞장서 온 그리스도교게 이제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집단처럼 여겨지며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모든 존재가 거룩하신 신의 피조물이라는 창조신앙, 도덕을 넘어 사랑을 선택하는 신앙고백을 근거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차별금지법은 '그 누구도 예외 없는 모두를 위한 법'이다. 일부 집단의 정치적 압력에 타협해 특정한 영역을 예외로 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건 차별금지법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타협으로 '특정한 차별금지 요소를 제외'한다거나 헌법적 가치인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특혜로 여겨질 수 있는 '특정 영역의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국회의원들에게 강력 요청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이번 '10만 행동'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시작 단계이며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이들의 청원 등을 제시하며 차별금지법을 원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국회에 알린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성소수자 등에 국한된 법이 아니라 언제든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우리를 위한 법이라는 것을 알리고 이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이번 10만 행동의 목표"라고 전했다.

차별금지는 '사회적 합의'가 아닌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 어느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신의 미래가 깨질 수 있다는 여러 사람들의 증언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0만명 동의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국회가 이전처럼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원인의 주장을 인용한다.

"저는 학자가 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다. 교수가 되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빛나는 연구를 하고 싶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주말을 맞고 싶다. 이 모두를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하고 싶은데 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 교수가 되어도 한국에서는 성별을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능력을 펼칠 수 없을 것 같고, 아이를 낳으면 제 아이가 성 정체성이든 장애이든 비정규직이든 학벌이든, 그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가능한 미래 때문이다. 어쩌면 저는 조국을 향한 기약없는 짝사랑만 하다 친구들과 함께 '탈조선'하여 미국으로 '쫓겨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는 이를 보면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향해 벽을 세우고 있다 느낀다.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덮고 이를 외면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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