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낙인(烙印), 코로나 우울증(憂鬱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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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낙인(烙印), 코로나 우울증(憂鬱症)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5.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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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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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 감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 된 코로나19 첫 환자는 2020년 1월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우한 거주 중국인 여성(35세)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2021.5.20)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4,117명이며, 사망자는 1,916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코로나 환자’라고 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불안감(不安感)과 우울감(憂鬱感)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후 몸은 회복됐지만, ‘코로나 환자’란 낙인(烙印)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퇴원 기준을 충족하면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전문가 서창록 교수(고려대 국제대학원, 60세)는 지난해 3월 UN 체제학회 참여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다. 서창록 교수는 올해 3월에 <나는 감염되었다 (문학동네)>를 출간했으며, 책 띠지에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인생이 바뀐 사람의 기록’이라고 적었다.

서창록 교수가 첫손에 꼽는 코로나19 관련 인권침해는 ‘낙인’이다. 환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OO시 O번 확진자>로 명명하지만 동선과 직업 등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어 신상이 털린다. 그는 “나를 포함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들에 대한 주위의 혐오(嫌惡)와 차별은 너무도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모두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 감정을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너 때문’이라는 혐오로 쏟아 붇기에 당사자는 완치(完治) 후에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의 코로나19 경증 환자들도 5명 중 1명꼴로 중등도 이상의 우울(憂鬱)증상을 겪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환자’라는 편견(偏見) 때문이었다. 경기도연구원 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낙인이 ‘다소’ 또는 ‘매우 심하게’ 존재한다는 응답이 78%로 나타났다. 이런 편견과 낙인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농업계 종사자 3명 중 2명은 COVID-19로 인해 우울감 등 정신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농민연뱅(AFBF)이 농민, 농업계 종사자, 농촌지역 거주자 등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불안ㆍ초조ㆍ신경쇠약 등의 증상을 느낀 경우가 농촌에 거주하는 일반인은 55%인데 비해 농민과 농업계 종사자는 65%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농촌 청년층(18-34세)의 52%가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자신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또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5명 중 3명(61%)은 ‘코로나19가 자신뿐 아니라 지역 구성원 전체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했다. AFBF 관계자는 “농촌의 경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정신건강이 위기일 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도시보다 강해 이를 개선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완치자 절반 이상이 퇴원 1년 후에도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우울증(憂鬱症)을 호소했고, 22%는 자살(自殺) 위험도가 높아진 걸로 나타났다. 메르스는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中東)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첫 감염자가 발생해 186명의 환자 중 38명이 사망했다. 한편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트라우마(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즉,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PTSD(外傷 후 스트레스 障碍)가 나타날 수 있다. 환자는 그런 외상이 지나갔음에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당시의 충격적인 기억이 떠오르고 그 외상을 떠오르게 하는 활동이나 장소를 피하게 된다. 또한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고 수면에도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상실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의 발생은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30년 이후에도 가능하다. 증상의 정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스트레스 시기에 강하게 나타난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 요법이 사용된다. 약물 치료는 SSRI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약물이다. 정신 치료 요법으로는 정신역동적 정신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催眠)요법 등이 심리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울증(憂鬱症, depressive disorder)이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은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거의 하루 종일 나타난다. 우울증은 심한 경우 자살(自殺)이라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원인은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우울증을 일으킨다.

우울증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며, 30-40대에 가장 흔하다. 우울증의 기본 증상은 의욕 저하가 대표적이지만, 연령과 성별에 따라 독특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 심할 때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하기 쉽고, 이런 이유로 치료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가족, 친구 등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료 방법에는 크게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가 있다. 우울증 치료는 급성기, 지속기, 유지기 치료로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급성기 치료(2-3개월)는 증상의 관해(寬解, 완화)를 목적으로 하며, 지속기 치료(4-6개월)는 관해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유지기 치료(6-24개월)는 반복성 우울증의 경우 재발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가벼운 우울증은 상담(相談)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으나,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에는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최근 개발된 항(抗)우울제는 뇌에 저하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을 증가시킨다. 약물치료로 우울증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6개월 정도는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정신 치료(심리 요법)는 우울증을 유발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현재의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 방법이다. 정신 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으면 전반적인 정신 건강도 향상되어서, 치료 전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자살자(自殺者)의 자살 동기는 그가 처한 외부적 불행과는 비교적 무관하다. 저개발국가의 자살률보다 부유한 산업국가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것은 자살자들의 자살동기가 자기 정체성 혼란이라는 비교적 개인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자살이 우리 사회와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 할 집단 정체성 혼란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 1939-1945) 당시 나치(Nazi)의 수용소에 감금됐던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 저자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 1905-1997, 의사/대학교수)은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기대하지 말고, 내가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자”고 말했다. 죽음밖에 다른 길이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일지라도 인간으로서 삶의 가치와 의미는 숭고한 것으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다.

현재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자살은 ‘사회적 살인’이라는 혐의를 면하기 어려울 만큼 도처에 만연해 있다. 1897년에 출간된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의 ‘자살론(Suicide, A Study in Sociology)’은 흔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던 자살마저도 사회적 현상으로 사회적 원인으로 설명했다. 

뒤르켐은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적 자살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뒤르켐이 가장 강조한 것은 ‘아노미(anomie)적 자살’이다. 이기적 자살은 언제나 있는 것이고, 이타적 자살이나 숙명적 자살은 특정한 집단이나 조직에서만 나타나지만,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가 병들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어떤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의 가치관, 도덕기준을 잃은 혼돈 상태, 불안감, 자기 상실감, 무력감 등에서 일어나는 자살이다.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자살률이 높아, 2016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1위로 자살자 수는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에게 심리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용률은 30%를 밑돌고 있으므로 이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고 권장하여야 한다. 2018년 4월에 개소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과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트라우마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는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사회적 낙인을 없애도록 계도하여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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