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비약도 좋고, 삼천포로 빠져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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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비약도 좋고, 삼천포로 빠져도 좋고!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5.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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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사진=KBS
KBS '개그콘서트'. 사진=KBS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코미디 대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 드리죠.

드라마 극본은 작가와 PD가 작가의 구상을 두고 스토리 전개 설정을 협의하기도 합니다만, 코미디는 특이하게 작가, 연기자, PD 이 셋이 꼭 함께 회의를 갖습니다. 물론 담당작가가 임의로 작성(집필)하고 그걸로 끝인 경우도 많습니다. 암튼, 이때 코미디작가가 준비한 아이디어가 연기자 특성을 좇느라 대사는 물론 흐름조차 크게 달라지는 수도 있습니다.

코미디 아이디어 협의 때 실제 녹화장보다 더 큰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작가와 연출진, 출연자들이 격의 없이 작가가 가져온 이야기를 둥글게도 네모나게도, 세모로도 주물러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하기에 그렇죠. 이때 서로에게 자주 쓰는 말이 “왜 삼천포로 빠지냐?!”, “비약을 잘 했으니, 20을 주마!” 이 두 가지입니다.

옛날 삼천포 시절에 그 지역에 사셨던 분들은 ‘삼천포로 빠지다’라는 말이 아주 싫으실 겁니다. 당연히 이 지역비하어인 ‘삼천포...어쩌고’는 써선 안 될 말이죠. “엉뚱한 곁가지를 치네.”, “길도 없는 곳으로 왜 빠지냐?”라 충분히 설명이 잘 되는 말이 있는데, 쌍팔년도의 유치한 표현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이겁니다.        

‘비약(飛躍)’은 이해하겠는데, 20은 잘 모르시겠죠? 화투놀이의 기본이 ‘민화투’아닙니까. 거기엔 약이라는 게 있습니다. 비를 넉 장 다 따면 비약으로 다른 사람에게 20점씩을 받아오잖아요. 그러니 여기서 비약은 ‘飛躍’, 화제를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바꿔 표현하는 수사법과 동음인 비약(雨約)을 말하는 거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곁길로 샐 때가 있습니다. 물론 흐름을 읽지 못해 원주제와 관련 없는 대화의 실수일 수 있지만요, 고의로 다른 말을 끼워서 화자의 스피치를 방해하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기획 아이디어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이 ‘본가지’보다 더 우수한 ‘곁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적군이 매설한 지뢰처럼 위력이 큽니다. 다른 사람은 생각 못한 실로 엉뚱한 곳에서 발원하는 거죠.

누군가가 관련성 없다 싶은 이야기를 하면 발끈하며 “지금 김을 빼는 거야?!”하기도 하지만요, 꼭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니까 잠깐이라도 살펴볼 일입니다. 뜻밖의 세계가 열리기도 합니다. “아니, 뭐라고요? 그러니까 무슨 뜻이죠?” 추가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심하게 넘길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더 품어보자 이겁니다.

진주 아래의 지금의 사천, 길을 잘 못 들어서 ‘삼천포’로 빠졌다 하지만, 늘 다니던 길을 놔두고 다른 길로 가볼 때 의외의 풍경과 만나기도 하잖습니까. 여행 중에 목적지를 잃을 때가 있어 다른 길을 가야할 상황도 생기고, 사업을 하다가 부도 위기를 맞았는데, 예기치 않았던 다른 종목이 돈을 벌어줘서 회복되는 수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얼마나 복잡하고 심오하기까지 합니까. 좋은 관계가 삐끗 틀어질 때도 서둘러 복원하려고 무리수를 두지 말고요, 정공법 아닌 다른 말을 건네서 화해를 이끌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깜빡이도 안 켜고 불쑥 들어오는 차가 있습니다. 내가 급해서 방향지시등을 작동 않고 차선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단순 운전미숙이나 부주의이기도 하겠지만 화급한 사정이 있을 수가 있지 않을까요?

‘쓸데없는 소리’, ‘딴소리’, ‘뻘소리’, ‘훈수’, ‘참견’, ‘군말’, ‘잔소리’...들은 모두 배척시키고 싶은 말들인데요, 무슨 촉이 느껴지면 속에 좋은 뜻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놓치지 말자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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