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의료행위', 30년 전 판례에 묶인 타투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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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의료행위', 30년 전 판례에 묶인 타투이스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6.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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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대법원 "문신,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위해" 판결
문화 현상으로 바뀌고 있지만 현실은 '범법자', 유명 타투이스트 벌금 구형
2015년 고용노동부, 신직업으로 '타투이스트' 꼽아
지난달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가운데). 사진=뉴시스
지난달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가운데).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검찰이 유명 타투이스트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유로 벌금형을 구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투를 '의료'로 규정하는 현행법이 시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로 인정받으며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타투를 과거의 방식으로 억압하며 타투이스트를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 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타투를 하려는 사람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투이스트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법은 유명 타투이스트이자 타투유니온 지회장인 김도윤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연예인 A씨의 타투 시술을 했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하면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올 2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신청했고 이날 검찰의 구형이 내려졌다.

현재 의료법 27조 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의료행위'에 타투가 포함이 되어 있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의료행위'로 판결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불법 의료 시술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이를 미끼로 시술 뒤 '신고하겠다'며 금액을 협상하는 진상 고객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타투이스트들이 생업에 위협을 받게 되자 지난해 2월 타투이스트들은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을 결성했다. 이들은 타투이스트들을 일반 직업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모든 타투이스트에게 의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정확한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낫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현행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던 일본이 지난해 9월 "타투 시술은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고 최고재판소가 판결하면서 사실상 전 세계에서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대와 뒤떨어진 법'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도윤씨는 "의사가 타투를 하더라도 사용하는 도구가 의료용품이 아니기에 합법적인 타투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위생 규정 이상의 위생상태를 지켰고 정해진 규정이 없는 한국 사회에 더 나은 규정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인해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합법적으로 타투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 재판은 20만명의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고 타투를 가지고 있는 1300만명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이라며 계속 재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문신사법',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반영구화장 문신사법', 그리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타투업법'이 계류 중에 있다. 류호정 의원은 "신고된 업소에서, 자격이 인정된 타투이스트만 시술할 수 있도록 했고,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니만큼 보건복지부를 주무 부처로 하고, 타투업자에게 위생과 안전관리 의무, 관련 교육을 이수할 책임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앞의 두 법의 경우 미성년자 혹은 병역 기피 등을 목적으로 한 시술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타투입법에는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이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위생 문제와 더불어 타투에 사용되는 잉크 등의 안전성 검증이 미비하다는 점 등을 들며 타투의 자유를 우려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문화의 변화를 30년 전 판례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가 타투이스트를 '신직업'으로 인정해놓고 정작 이들을 '불법 의료 시술자'로 내모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변화에 맞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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