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성직자성 장관'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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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성직자성 장관'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6.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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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사진=뉴시스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했다. 이는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최초의 사례다.

성직자성은 교구 사제와 부제들의 사목 활동을 심의하고 이를 위해 주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부처다. 성직자들의 생활, 규율, 권리와 의무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성직자들의 성화와 사목 직무의 효과적인 수행, 복음 선포와 관련한 성직자의 평생 교육을 장려한다.

충남 논산 출생인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거쳐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2005년 대전교구장직을 계승한 후 현재까지 교구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천주교계에서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인 올해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선물'이라며 축하의 뜻을 표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유 대주교님 개인뿐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 전체가 뜻깊은 큰 선물을 받았다. 새 임지에서 교황님을 잘 보좌하시고 대주교님의 깊은 영성과 소통능력으로 교회를 위한 좋은 열매를 많이 맺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문재인 대통령도 유흥식 주교의 장관 임명에 축하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대주교님의 사목표어처럼 차별없는 세상, 가난한 이들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신 분이기에 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유흥식 대주교는 12일 천주교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서한을 통해 장관에 임명된 과정을 설명했다. 유 대주교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집무실에 갔다. 집무실에서 그는 교황에게 '백신나눔운동'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에 관해 설명했고 교황의 북한 방문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자 교황은 "이 곳(로마)에 와서 나와 함께 살며 교황청을 새롭게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며 장관직을 권유했고 유 대주교는 사양했으나 교황은 "교황청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친교의 사람이 필요한데 주교님은 항상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또 교황청에는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명인데 아시아 출신 장관은 한 분뿐이다. 주교님은 전 세계 보편교회에 매우 중요한 아시아 대륙 출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유 대주교는 밤새 고민한 끝에 교황의 청을 받아들였다. 유 대주교는 "저 자신이 성숙한 사제, 친교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닮은 사제로 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장한 순교자들의 후예로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님 곁에서 보편교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하고, 때가 되면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킨' 대전 교구민의 모습으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고 밝혔다.

장관 임명 뒤 그는 장관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말과 함께 "교황님과 북한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장관으로서 남북 평화 차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인 장관의 등장과 함께 교황의 북한 방문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그의 역할이 정치권이 해내지 못하고 있는 남북 평화의 마중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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