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당' 된 민주당, 차별금지법 통과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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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당' 된 민주당, 차별금지법 통과로 환골탈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6.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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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 10만명 동의, 법사위 회부
이상민 의원 '평등법' 발의, 박용진 양승조 추미애 등 '동의'
20대 및 여성 지지 회복 기회, 당 지도부 및 유력 주자 침묵 '함정'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이상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전현직 의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이상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전현직 의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던 차별금지법이 10만명의 제정 동의를 얻어내면서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이를 바탕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평등법'을 발의하고 여당의 대선주자들도 이에 호응하면서 차별금지법 통과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최근까지 차별금지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수술실 CCTV 설치와 똑같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주장을 번복한 가운데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통과를 통해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국민 10만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청원은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성차별 피해를 입은 것을 폭로한 피해자가 제기했으며 시민단체 등의 노력 속에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국회 청원이 10만명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빈번했고 반대로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이 10만명을 넘었던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들이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면서 국회 법사위 회부 여건을 채우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종교계 일부의 반대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국회의 눈치보기, 표계산, 시민들에 대한 편견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7년 정부안이 나온 이후 故 노회찬 전 의원이 정부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발의했는데 그 때 국회가 이 법의 구체적 내용과 사실들을 논의했다면 '동성애를 조장한다' 등의 오해들이 깨끗하게 불식되고 무리없이 통과됐을 거라고 본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발의를 했던 법인만큼 당론으로 이를 정해 개별 의원들이 받는 압박을 줄여주고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는데 안타깝게도 여당 지도부가 제대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동의 청원 이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차별금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평등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에도 이를 똑같이 적용했다. 이 경우 최근 '이루다'를 통해 이루어진 성희롱 등도 이 법의 제재 대상이 된다.

또 차별을 당한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고, 인권위가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책임도 명시했다. 단, 이 제정안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안한 사업주 처벌 조항이 제외됐다.

이상민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형사처벌 조항을 넣을 경우 헌법에 있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과 부딪힐 위험이 있어 위헌 논란으로 법 제정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기에 전략적인 고려 때문에 뺐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없고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포함시킬 수 있다"면서 "처벌 조항을 없앴기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동성애 반대자를 처벌한다는 건 근거 자체가 없다. 성소수자에 대한 극한적인 무시, 혐오가 (법안 반대의) 배경이 되고 있는데 성소수자는 지극히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이고 각자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기에 다른 사람, 국가 권력이 관여하거나 재단할 수 없다. 실존을 존중하고 같이 어울려 잘 사는 것이 공동체 정신에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 법안 발의 발표 직후 민주당 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법의 공동발의자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과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박용진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겨냥해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당의 후보라면 그 정도 정체성은 가지고 시작해야한다"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차별금지법이 민주당 경선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역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도 "소수자가 보호돼야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고 출마가 예상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평등법이 민주당 당론이 되어야한다. 지체시킬 이유가 없다.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도 통과를 지지하리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장관 재직 당시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제정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민주당 변화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 얼마나 더 논의해야 하는지,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말해달라"고 말했고 강병원 의원은 "당선 직후 본인 스스로 '소수자·약자 차별을 적극적으로 보정한다'던 주장을 180도 바꿨다. 약자의 고통과 차별을 외면하는 일이 이 대표가 그토록 강조한 공정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차별금지법 통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민주당에게 씌워진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벗어날 기회로 차별금지법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통과에 앞장설 경우 특히 지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외면했던 20대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고 민주당의 진보성이 부각되는 반면 국민의힘의 '차별 인정'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반전 카드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당 지도부가 차별금지법 통과에 대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고 유력 대선 주자들도 이렇다할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함정으로 남아있어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10만이 넘는 국민의 지지가 나왔고 많은 이들이 차별금지법의 통과는 결국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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