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이냐 후퇴냐, 갈림길 놓인 기본소득
상태바
전진이냐 후퇴냐, 갈림길 놓인 기본소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05 16:36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본소득 주도' 이재명 '제1공약 아니다'
정세균 "재원 대책 없다" 반대, 민주당 후보들 반대 많아
이재명 '안심소득' 허용 시사, '선별 소득' 찬성 여부 의혹
지난해 4월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받은 경기도 수원시. 사진=뉴시스
지난해 4월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받은 경기도 수원시.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내년 대선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본소득' 논의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전부터 주장했던 기본소득이지만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은 제1공약이 아니다', '(야당이 논의 중인) 안심소득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히며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청년배당으로 난생 처음 과일을 사먹었다는 청년, 극저신용대출 덕에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는 한부모 가장, 재난기본소득 때문에 가게 문을 닫지 않았다는 소상공인, 경기도의 도움으로 체불임금을 받아 행복했다는 알바 청소년을 기억하겠다"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해서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전부터 기본소득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우선 재원 대책이 없고 사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야하는 것인데 고소득자에게도 다 주는 것이니 소득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 또 저소득층이 소비를 해도 고소득층이 소비를 하지 않기에 소비 진작 효과도 떨어진다. 가성비가 떨어지기에 민주당의 정책이 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지사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우려하는 분들이 많기에 전면적인 제1공약으로 할 일은 아니다. 워낙 새로운 정책이고 공격과 관심이 많기에 크게 눈에 띄는 것이지 나의 가장 중요한 제1, 유일의 공약이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대선 출마 선언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 대안 등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날 기본소득을 '제1공약'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지사가 당내외의 반발에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3일 열린 TV토론에서 정세균 전 총리는 "처음에는 100만원을 이야기했다가 재원대책이 없다고 하니 50만원으로 줄였고 최근에는 재원대책이 없기에 1번 공약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확실치 않은 공약으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라고 물었고 박용진 의원도 "바로 한 달 전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나눠줄 수 있다고 야당 정치인과 논쟁했던 분이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표리부동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가장 관심이 많은 사안이지만 아직 공약을 발표한 게 없기에 1번 공약이라 할 수는 없다"고 다시 강조하면서 "예산 부담 없이 예산절감으로 1인당 50만원 수준이면 2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국민이 동의하면 다음 단계에서 50~60조원 정도 확보하고 이게 정말 경제성장, 소득양극화, 사회 연대의식에 도움이 된다고 국민들이 판단하면 당연히 본격적으로 증세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인 4일에는 SNS를 통해 "기본소득을 장기계획에 따라 순차적, 단계적으로 시행함에 있어 전국민을 상대로 소액에서 고액으로 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오지 농촌 등 특정 지역에서 전역으로, 청년 등 특정 연령에서 전 연령으로, 장애인이나 문화예술인 등 특정 부분에서 전 부분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조세저항으로 실현가능성이 적어서 그렇지 부의 소득세나 안심소득도 야당의 지지와 국민의 동의로 실제 실행할 수만 있다면 기본소득보다 우선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나오는 '안심소득'은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나오고 있는 제안으로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본소득에 반박하기 위해 내놓은 '선별적 지원' 정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시당 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과 만난 뒤 "안심소득이란 아젠다가 우리 당 대선 아젠다로도 활용될 수 있을까 논의가 있었다. 건설적인 논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 국민 기본소득이 재원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국민의힘의 '안심소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과거 '전 국민 기본소득'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표시했고 재난기본소득 등을 주도했던 이 지사가 대선 출마 후 '선별 소득'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후퇴됐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여기에 한때 '전국민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던 국민의힘이 선별 지원인 '안심소득'으로 돌아섰고 민주당 대선 후보들 대부분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이 형성되고 있어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가 이후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