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이대로 철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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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이대로 철거되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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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가족들에 '철거' 통보 "박원순 전 시장 때 결정"
4.16연대 "'광장 공사 중 이전 합의', '철거 약속'으로 주장"
"시민들의 추모 공간" vs "시민들에게 공간 돌려줘야"
철거 위기에 놓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임동현 기자
철거 위기에 놓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시가 최근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간 철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억공간을 철거한다는 것은 '세월호 지우기'라고 반발하고 있고, '광화문 광장을 돌려줘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안산이나 팽목항으로 공간을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가 기억공간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도 거부하며 총무과에 문제를 떠맡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세훈 시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4.16연대는 "서울시가 지난 5일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과 관련한 협의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21~25일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의 사진, 물품 등에 대한 철수 요청과 26일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연대는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시민들이 철거를반대해도 진행 예정이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식수 혹은 표지석 설치는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세월호 가족들은 표지석이나 식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시로부터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위해 단계별 공사진행 계획으로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고 유가족들은 공사 진행 중에는 이전이 가능하며 완료 후 다시 존치되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는 별도의 대안 없이 기억공간 존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고 공사가 진행 중이기에 철거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비판에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때 철거가 결정됐다"면서 오세훈 시장의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은 박 전 시장 때인 2019년 4월 첫 설치 때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개시될 때까지만 한시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여름 재구조화 일정이 구체화된 이후에도 유가족들과 7차례 만나 이 점을 설명했다"고 유족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은 진상규명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유가족들이 동의할 때까지는 본인이 책임지고 광화문 기억공간을 유지하겠다했고 다만 그것을 어떤 형태로,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할 지는 공사하는 동안 계속 논의하면서 결정하자는 것이 정확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서울시 총무과가 이야기하는 것은 공사 기간 중 임시로 기억공간을 옮기는 것을 '그 때 철거하기로 약속했으니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또 "서울시는 광화문 기억관이 유가족들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걸 간과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촛불혁명이 함께 했던 모든 시민들의 공간인데 이것을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유가족들에게만 통보하고 끝낼 수 없다. 시민들이 먼저 앞장서서 여기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3일 "기억공간을 광화문에 둘 법률 규정이 없다는 것이 철거의 이유라고 하지만 현대의 법치주의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때 반드시 법률에 의해야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률규정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번 철거 주장은 반헌법적이고 전근대적인 국가폭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또 소설가 김훈과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들은 13일 기억공간 존치를 요청하는 서한을 오 시장에게 보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단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우리 사회의 우선적 가치가 되어야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 책무임을 성찰하게 한 역사적 사건"이라면서 "기억공간은 추모의 공간을 넘어,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서울시의 의지 표현"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9일 "서울시의 일방적 통보에 크게 분노하며 아직도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에게 너무도 가혹하다"고 밝혔고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가 다시 예전의 불통, 불도저 행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울시의 일방적 철거 통보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뜻을 짓밟는 행정 폭거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이 안전사회로 가고자 하는 추모와 기억, 다짐의 공간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기억공간을 광화문에 세울 이유가 없다',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때가 왔다'며 기억공간을 이제 철거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사와 관련성이 적은 광화문을 벗어나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안산이나 사고가 발생한 팽목항에 설치해야한다는 이야기도 같이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까지도 '전임 시장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반복하며 철거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유족들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철거 계획을 서울시 총무과에 떠넘긴 채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번 결정의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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