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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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8.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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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코끼리 이야기로, 저의 이 경험이 딱~이겠네요.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에도 들어있는 아프리카 케냐 국립공원 ‘마사이마라’를 가본 게 2010년 가을이었습니다. 공원의 크기와 동물들 종류에 놀라 입구서부터 입이 떡 벌어졌는데,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제 입이 덜 닫혀있습니다.

영화 <라이언 킹>도 마사이마라에서 이루어졌을 정도로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있는데요, 탄자니아의 그 거대한 세렝게티 국립공원과도 연결되어 있더군요.

사자 같은 여러 맹수도 신기했지만 수천 마리의 물소 떼와 크기가 집체만한 코끼리들이 전쟁영화 엑스트라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고, 다른 한쪽서는 나이든 코끼리가 자기 죽을 곳을 찾는 쓸쓸한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밤에 인근 숲속서 야영을 하는데, 낮에 봤던 늙은 코끼리의 슬픈 눈빛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자다가 밖을 나와 보니 어둠 저편에서 코끼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듯했고, 하늘의 구름도 코끼리 형상을 한 것 같았습니다. 밤새 아니 그 이후 여러 날...을 넘어 지금도 케냐 국립공원서 봤던 코끼리가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지울 필요도 없죠.

코끼리는 코끼리지만 이야기를 좀 다른 방향으로 틀어봅니다. 레이코프가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보셨는지요? 야생 코끼리 생태 어쩌고 하는 책은 아닙니다.

UC버클리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정립한 프레임이론을 다뤘습니다. 내용인즉 책 제목대로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머릿속에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이 작동해서 저절로 계속 떠올려진다는 겁니다.

큰 선거를 앞두고 ‘프레임’이 어떻다 저떻다 등 말이 많은데요, 책이 쉽진 않습니다. 주로 언론과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프레임(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 이론을 분석하고 있는 특정 분야 전문서죠.

우리가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어떤 것을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따지지 않고 맨 처음 나온 말을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말이 심지어 명제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자주 들은 그 말에 관한 자기의 해석을 사실인 것으로 믿고 살아갑니다. 이 ‘프레임’이라는 것은 개인의 인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일 뿐이므로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한 것인데도 말입니다.

제 말도 괜히 어려운가요? 사실 제 의도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방송에 나오는데요,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누구의 ‘바지’, 누구의 ‘쥴리’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단어가 나오면 짜릿짜릿한 자극이 오고 귀추가 수만 배 주목되고, 후속 소문은 없는지 몹시도 궁금해집니다.

당사자나 측근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할수록 마치 내가 곁에서 본 것처럼 사건의 전모가 선연하게 그려지기까지 하는 것은 왜일까요? 신기합니다. 정치권이나 언론인이 특정 쪽에게 유리하게 ‘프레임 씌우기’ 모사를 꾸미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선량한 우리 일반 백성들이 거기에 사고가 갇히고 만 것일 테지만요.

다시 아프리카 코끼리가 떠오릅니다. 내가 봤던 그 코끼리가 편안한 임종을 했는지, 이후 그의 몸에서 분리된 상아는 어느 집 벽에 지금도 잘 걸려있는지...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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