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걸린 수술실 CCTV법, 의료계·환자들 보호할까
상태바
6년 걸린 수술실 CCTV법, 의료계·환자들 보호할까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1.08.26 16:44
  • 댓글 0
  • 트위터 386,0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년 다퉈온 CCTV설치 의무화 논의⋯의료계 반발 심해 K-방역 무너질라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 사진=뉴시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한솔 기자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목소리가 6년 만에 입법 문턱에 놓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최선의 의료’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정안이 의료계와 환자들을 모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국회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법안심사 후 하루가 지나지 않은 경우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어 국회의장 요청으로 연기됐다.

개정안은 2005년 발의 때부터 환자와 의료계의 첨예한 논쟁으로 시작됐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환자의 안전보장에 힘써달라는 것이 입법 취지다. 하지만 의료계는 CCTV가 설치 될 경우 소극적 진료를 하게 될 수 있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의사출신 신현영 더민주 의원은 개정안 조항의 세부적 내용을 설명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수술실 내부 설치를 전제 △촬영은 녹화, 녹음은 불가능 △해킹 위험 방지 폐쇄회로 방식으로 저장 △영상 보관기간 최소 30일 등이다.

녹화된 영상자료의 추출은 법원과 의료분쟁중재원, 환자·의사가 동의할 경우 제공이 가능토록 했다. 설치비 재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의료인들의 위축된 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수술이나 고위험수술의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신 의원은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안전하게 진료 받을 권리와 함께 100% 진료를 받을 권리까지 지킬 수 있어야한다”며 “향후 2년간 유예기간 동안 의견을 적극 경청 하겠다”고 말했다.

◇ 의료법 개정안, 법사위 여당 단독 처리⋯野 “날치기 강행처리 법안 의결”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25일 더민주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개정안을 법사위 통과시킨 것. 국민의 힘은 회의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산회를 선포한 후 회의 차수를 변경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본회의를 연기했으나 민주당이상임위별로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며 “날치기 강행처리 법안 의결을 위해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수를 변경해가면서까지 의사일정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민주 원내대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요하고 시급한 법안들이 많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오는 30일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와 감시 환경 아래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와 의사 사이 불신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최일선에 의료진들이 소임을 다하고 정부와 협조해 왔으나, 정부가 탁상공론으로 조잡하게 마련된 방안으로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규탄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수술실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켜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의사가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며 “의사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수술실에 필요한 것은 감시하는 CCTV가 아니라 소신진료와 최선의 수술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술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와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도 CCTV설치법이 시행되더라도 제한적이며 수술의 잘잘못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술 중 의료진들의 피드백만 알 수 있어 의료소송의 쟁점을 흐려 본래의 목적달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사회와 협의회는 “심평의학이 유도하는 상식적 수준의 평균진료가 의료진의 최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외과의사회 관계자는 “학술적 성격을 보이는 의료는, 의료시스템이라는 사회적 장치 이전에 의학의 발전이라는 기본적 토양위에서 양분을 얻어 자라며 정치·경제·사회와 명확히 구분된 영역이다”며 “오히려 자유로울수록 더욱 발전하는 것이 의료다”고 말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도 “전신이 노출되는 과 특성상 인간의 존엄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노출된 신체가 촬영되고 일정기간 영상으로 저장된다면 언제든지 유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의사와 환자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위험도 높은 수술을 수행하는 경우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의적 확대 해석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기종 회장은 “수술실에서 환자 안전과 인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민의 약 90%가 수술실 CCTV 내부설치·촬영 입법화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제는 입법화 논란을 종식시키고 안전한 수술실 환경을 만드는데 모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헀다.

◇ “수술은 최선의 진료를 하는 것”⋯CCTV, 의료소송서 의료인 보호 역할도

최혜영 더민주 의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술실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61개 중 수술실 내 CCTV가 설치돼 있는 곳은 26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환자 동의 하에 녹화가 이뤄지는 곳은 11곳이었다. 수술실 주변에 CCTV가 설치된 기관은 48곳에 달했다.

녹화가 이뤄지고 있는 공공의료기관들은 수술실 직원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규모 등에 따라 3대~15대 가량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실 내 환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마취상태인 만큼 의사와 환자 관계가 수평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 보호가 입법 취지였다. 수술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공간인 만큼, 의료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의사는 기계를 고쳐내는 정비공이 아니다. 아픈 환자를 최선을 다해 치료할 뿐 결과를 무조건 완치로 장담할 수 없다”며 “의료소송은 무조건 의료인의 죄를 입증하는 과정만은 아닐 것이다. 의료인의 보호를 위해서도 CCTV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들 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예민한 수술실 내에 발생하는 부조리가 있다면 입증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의를 얻고 촬영·녹화가 된다면 의식된 연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6년을 다퉈온 사안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여당 단독 처리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그 반발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최전선에 전력인 의사들의 파업이라도 한다면 K-방역 의료공백을 정부가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SW

lhs@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