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vs 자발적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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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vs 자발적 방역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9.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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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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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우리나라 방역(防疫) 분야 전문학회인 대한예방의학회(大韓豫防醫學會, Korean Society for Preventive Medicine)와 한국역학회(韓國疫學會, Korean Society of Epidemiology)가 구성한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 홍윤철 위원장(서울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지난달 26일 긴급 성명을 통해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몇 달 안에 확진자가 최대 1만명까지 늘 수 있다”며 “거리 두기 중심의 방역 체계에 대전환(大轉換)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 6월 초만 해도 일 평균 확진자는 400명대였으나 두 달 새 5배로 늘어 2000명대로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에 3-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고강도 방역조치가 취해졌는데도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가 구글(Google)의 인구 이동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작년 초 1차 유행 때는 거리 두기 조치로 이동량이 33% 줄었으나 금년 4차 대유행 이후엔 0.57%만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거리 두기 단계를 계속 올려왔지만 확진자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확진자 감축 전략은 없는 것 같다. 현재 정부의 방역 전략은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두 가지 경로 투 트랙(two-track)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진자를 줄이지는 못하지만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변이 델타바이러스가 문제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률이 70%가 넘었지만 하루 1만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2500명이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의료 체계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 36%인데, 이 지표가 30%까지 떨어지면 하루 확진자가 6000-7000명, 최대 1만명까지 갑자기 증가할 수 있다. 

방역 지표중 하나인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란 신규 확진자와 접촉된 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 비율을 말한다. 이는 감염의 원인이 된 지표 환자를 찾아내 확산세를 차단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 지표가 높으면 정부의 방역 시스템 안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초만 해도 이 비율이 70%대를 유지했지만 현재 36%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 지표가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K방역’ 성과를 자화자찬(自畵自讚)하면서 최근엔 11월까지 집단면역(集團免疫)을 달성 하겠다는 목표를 10월로 앞당겼다.

그러나 이제는 변이 델타바이러스의 ‘돌파감염(突破感染, breakthrough infection) 때문에 집단면역(Herd Immunity)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무턱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룰 수 있는 전략(戰略)이 마련되어야 한다.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없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 조치는 독(毒)이 될 수 있으므로 변이바이러스 접촉자 관리는 훨씬 밀도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6월 ‘백신 접종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풀어도 좋다’고 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방역이 이제 크게 완화됐다’고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험한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준 것은 정부의 실수였다.

이제 정부는 새로운 방역 정책을 짜야 한다. 정부 주도, 행정 명령 중심의 방역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민 참여형 방역정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새로운 방역 정책의 목적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해서 국민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사람들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방역의 기본 원칙’은 3T(trace/추적-test/검사-treat/관리)이며, 이 중 시작 단계인 ‘추적(trace)’이 제일 중요하다. 시작점을 놓치면 확진자를 줄일 수 없으므로 방역 인력을 대폭 늘려 접촉자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역학(疫學) 조사 인력은 일일 확진자가 400명 나오던 지난 6월과 비슷하다. 확진자가 그때보다 5배 늘었는데 방역 인원은 그대로다. 이에 방역 인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방역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더 이상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이탈하고 있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람의 손에는 뼈가 27개로 신체 부위에서 가장 많다.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는 간호사의 ‘손’은 감염을 막기 위해 쉴 새 없이 소독하고 겹겹이 낀 보호장비 안에서 물에 불은 듯 쪼글쪼글해 지고 피부가 헐고 벗겨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IT 기술 수준이 높기에 앱(App. application)을 통한 밀접 접촉자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사람들의 동선(動線, traffic line)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확진자의 동선과 본인의 동선이 겹칠 경우 이를 즉각 알려주는 앱이 나와 있다. 동선 정보는 본인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지난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에 동참한 것과 같이 동선 관리 앱을 설치해 ‘동선 기부(動線寄附)’에 나선다면 거리 두기 단계를 낮추면서도 감염 확산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유럽 덴마크(Denmark)가 코로나19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질병’으로 분류하던 것을 종료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제한 조치를 9월 10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를 더 이상 심각한 전염병이 아닌 독감(毒感, influenza)처럼 일상에 존재하는 질병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덴마크 정부의 조치는 지난 7월 19일 봉쇄 해제를 발표한 영국(UK)보다 더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해우니케 덴마크 보건장관은 “우리는 코로나를 관리할 수 있다”며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도입했던 특별 규정들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12세 이상 인구 중 80% 가량이 접종을 완료했다. 월드오미터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대비 확진자 및 사망자(8월 23-29일)는 확진 1136명, 사망 2명이다.

덴마크의 이번 조치는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도입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해당 국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더라도, 백신 접종이 증가했기 때문에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8월 기준 백신 접종 완료자 중 ‘돌파감염’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코로나 중증을 앓을 확률은 0.005%, 사망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백신(vaccine) 무용론(無用論) 또는 음모론(陰謀論)을 퍼뜨리던 미국 보수 채널 진행자들이 연달아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방송국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던 필 밸런타인이 61세로 사망했으며, 테네시주의 기독교 라디오 방송 진행자 지미 드영도 코로나에 감염돼 81세에 숨졌다.

밸런타인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백신 접종에 대해 의구심(疑懼心)을 표명했다. 의료 종사자들이 착용하는 ‘예방접종 완료 배지’가 독일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착용하도록 강요받은 배지와 같다고 조롱했고, 백신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밸런타인은 지난 7월 23일 코로나 중증 환자로 분류돼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5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다.

드영은 지난 2월 “화이자 백신이 여성을 불임(不姙)으로 만들고 정부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러스와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백신이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며 “백신을 거부하라”고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말했다.

플로리다에서 극우 성향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던 딕 패럴도 코로나 합병증으로 8월 4일 사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백신반대론자인 그는 지난 7월 초에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마스크, 바이러스의 발원, 사망자 수에 대해 줄곧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뒤인 7월 말에는 친구들에게 “백신 접종을 받으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코로나 백신(vaccine) 접종을 둘러싼 직장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배 이상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내에선 백신 접종 여부를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사무실 정상화’를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사무실 출근을 허용하지 않거나, 심지어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회사는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근로자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지난 7월 12일 백신을 접종받지 않을 경우 식당, 대중교통, 극장 등을 이용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 접종 속도가 빨라지더니 7월 말에는 미국과 독일을 추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무 접종 반대시위를 무릅쓰고 ‘백신 의무화’ 승부수를 띄웠으며, 지지율도 한달새 41%로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 샷, booster shot) 간격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8개월 후에 부스터샷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것을 5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스라엘(Israel)은 지난 7월 면역 저하 환자와 고령자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신규 발생하는 코로나 환자의 98.8%는 델타 변이 감염자이며, 우리나라도 94.5%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고 일상 회복의 시간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 방역과 백신접종 총력 체제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자문과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부스터샷 접종을 늦지 않게 시작할 것이라며, 고령층과 방역 및 의료인력 등 고위험군들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환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플로리다주(州)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 병원들이 의료용 산소(醫療用酸素) 부족으로 심각한 의료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 등이 8월 29일 보도했다.

코로나 환자는 혈중(血中)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低酸素症)을 겪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100% 순수 산소를 흡입해야 한다.

산소 탱크는 90%가량 채우고 30-40% 남았을 때 보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남동부 일대 병원 산소 탱크는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대부분 10-20%미만인 상황이며 탱크를 다시 채우는 경우에도 산소량을 절반 이상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정화하는 데 쓰이는 액화 산소를 병원에 공급하기 위하여 차아염소산 나트륨(sodium hypochlorite, 락스 성분)을 사용해 물을 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4차 유행으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4단계 조치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숨 막히는 방역 조치가 ‘굵고 짧게’가 아니라 ‘길고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와 비용을 다각도로 계산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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