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의 ILO 사무총장 도전과 한국 노동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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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의 ILO 사무총장 도전과 한국 노동계의 현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10.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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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강경화 전 외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IL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강경화 전 외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에 도전했다. 아시아 최초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고 정부 역시 강 전 장관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일제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전히 노동 환경이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겨냥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전 장관은 지난 1일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ILO 사무국에 입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했다.

현재 사무총장직은 강 전 장관과 그렉 바인스 현 ILO 사무차장(호주), 질베르 웅보 전 토고 총리, 뮤리엘 페니코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 음툰지 무아바 현 국제사용자기구(IOE) 이사(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4명이 입후보했다.

외교부는 강 전 장관에 대해 "우리 정부와 유엔에서 쌓은 다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자리 회복, 경제 위기 극복, 노사정 삼자주의를 통한 상생과 연대 정신의 확산 등 ILO의 핵심의제를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면서 "'노동 선진국' 위상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전 장관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외교부 장관을 맡아 3년 8개월간 장관직을 수행한 후 지난 9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석좌교수로 임용됐다.

한때 내년 3월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ILO 사무총장이었다. 사무총장은 내년 3월 25일에 최종 선출되며 10월부터 5년 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노동계는 강 전 장관이 사무총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성명에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동개악'을 선행하고, 노동3권 행사를 극도로 제약하는 노조법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산재사망이 끊이지 않는 나라. 이것이 국제 사회에 알려진 한국의 현실이다. 강 전 장관은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강 전 장관이 ILO 사무총장이 되려면 감옥에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과 ILO 권고 미이행 사항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두 가지 선결과제를 해결해야한다"면서 "국내에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지난 4월 ILO 핵심협약 3건을 비준했으며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ILO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ILO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됐지만 지난 연말 개정된 노조법이 여전히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국제기준에 어긋나 있다는 점에서 ILO 사무총장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게 정의당과 노동계의 입장이다.

특히 ILO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서는 정부 대표 28표와 노사 대표 각 14인, 합쳐서 이사 56명의 과반수 득표를 얻어야하는데 노동계 대표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은 "ILO는 각국 정부만 아니라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동등한 구성원이 되는 기구이며 국제적인 수준에서 노동운동과 사용자 단체의 이해가 대립하며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는 공간"이라면서 "ILO에 영향력을 끼치는 노동자 그룹의 14표가 주는 무게와 의미가 가볍지 않음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아시아 최초, 여성 최초의 ILO 사무총장이라는 희망 뒤에는 여전히 산재로 인한 희생과 개선되지 않은 노동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의 힘겨움이 숨어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ILO의 선택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노동계의 말처럼 한국을 '노동 후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한국을 '노동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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