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광그룹 계열 태광산업 울산공장 '불법방폐물' 이송⋯서로 미뤄 '책임전가'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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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광그룹 계열 태광산업 울산공장 '불법방폐물' 이송⋯서로 미뤄 '책임전가' 양상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1.11.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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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준비다됐어, 책임부처 승인 필요”⋯원안위·환경공단·울산시 “태광 준비 안 돼”
태광산업 울산공장 T-953. 사진=일요신문
태광산업 울산공장 T-953. 사진 출처=일요신문

[시사주간=이한솔 기자] 방사성 폐기물을 불법보관하다 적발됐던 태광산업이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하는 작업을 수년 째 추진 중에 있다. 유출 사고도 있던 터라 이송에 대한 업계와 주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태광은 이송 준비가 다 됐으나 울산시 등 ‘책임 부처’가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편 그 책임부처라는 곳들은 오히려 태광이 준비가 끝나야 한다며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시라도 이송이 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시는 이송완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이하 투본)는 4일 태광산업 울산의 방폐물이 총 8634드럼으로 경주 방폐장의 6136드럼을 초과한 양이라고 지적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이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섬유원료 ‘아크릴로니트릴’의 제조 촉매제로 우라늄을 사용하면서 1741톤(8634드럼)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저준위 폐기물은 허가된 물량 1426톤을 제외하고 291톤은 자진 신고했으나 24톤이 경찰 압수수색과정에서 추가 적발돼 총 불법 보관된 방폐물은 315톤이다.

투본은 “태광산업의 15m 탱크와 드럼통 역시 방사성폐기물인데 이를 제외하고도 서울시 전체의 1000배다”며 “울산광역시 주택가 인근에 원자력발전소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고가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특히 보관량의 82% 가량의 표면 방사선 수치가 7.46μSv 수준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위험물질 수치기준을 24배 초과하고 후쿠시마 인근을 그린피스 등이 현장 리포트한 수치를 초월한다고 투본은 강조했다. 투본 관계자는 “후쿠시마 핫스팟보다 높은 방사선량”이라며 “은폐와 누출의 방사능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투본은 △태광그룹 총수 국회 소환 및 관리·이송계획 공개 약속 △태광산업 방폐물 적치 공장 영업정지 및 전면 실사 △중앙정부·광역시·시민사회 참여 위원회 설치 및 관리 △이송계획 공론화 △방폐장 이송 후 남는 설비 해체·제염·처리 대책 강구 △관련 정부의 법적 조치 등을 촉구했다.

심지어 자체처분 대상 방사성폐기물 처리 준비를 위해 저장 탱크 분석시료 채취 과정에서 액체 폐기물이 누설되기도 했다. 원안위는 태광산업의 작업자가 탱크에 보관된 슬러지 형태 폐기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탱크 출입구를 통해 2톤가량의 액체가 탱크 밖으로 누출됐고 이 중 0.5톤을 수거했다고 보고받았다.

◇ 태광 “우린 준비 다 됐다, 원안위·울산시에 물어봐라”⋯불법보관은 ‘인수인계’ 부재

태광산업의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하려면 탈수와 건조를 거치는 고형화작업을 거쳐야 한다. 방폐물 유출사건도 탱크 내 보관 중인 방폐물이 고체인지 액체인지 예단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폐물 불법보관과 유출사고가 발생한 태광산업 측은 울산시·원안위가 승인해줘야 이동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경주 방폐장 쪽이 준비가 안 돼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일관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경주 세팅이 되면 이동하면 된다. 왜냐면 우리는 관리만 하고 있고 울산시에서 옮기는 것이 확정이 되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 가면 된다. 다만 경주 쪽이 준비가 안 돼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태광산업과 관련된 이송계획이나 고형화 작업 등에 대해서는 “울산시나 원안위가 대답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송계획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울산시와 원안위라는 설명이다. 태광 관계자는 “우리가 폐기물 갖고 있는 것은 맞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들은 다 원안위에서 하는 거다”며 “우선적으로 우리는 관리가 중요한 거고 다음 단계는 관리 주체인 원안위나 울산시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우리의 미션은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다.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불법보관 건에 대해서는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며 몰라서 답을 못주겠다고 태광 관계자는 설명했다. 알만한 담당자를 연결해달라고 하자, 태광 관계자는 “울산으로 가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토록 태광이 태광에서 준비하는 일을 울산시와 원안위로 대답주체를 넘기는 이유는 ‘말이 맞지 않을까봐’로 풀이된다. 태광 관계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애매하다. 왜냐하면 조심스럽다. 어긋나지 않게 답변해야하기 때문”이라며 “원안위나 울산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광은 투본의 지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태광 관계자는 “투본 주장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니까 주장할 수 있으나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 그 이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고 법적대응하고 있다”며 “그만큼 자신이 있으면 정면에 나서서 회사 앞으로 팻말 들고 오던지 해야지 언론플레이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후쿠시마보다 위험한 방사선수라는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태광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터진 곳에서 50k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태광 수치는 탱크 바로 옆에서 측정한 것이라 표본이 잘못됐다”며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측정한 값이라고 한다면 인정하겠으나 너무 악의적이다”고 말했다.

◇ 울산시, 폐기물 이송 첫 삽은 ‘인수기준’ 충족⋯“태광·환경공단 ‘기준’관련 투스텝 이뤄져야”

울산시는 태광산업의 폐기물 이송에 있어 절차가 많지만 우선적으로 태광산업이 인수기준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폐기물을 받을 경주 방폐장과 중앙부처, 사업장까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 만큼 실제 이송까지는 ‘오래 걸릴 것으로 파악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폐기물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인수되는 기준이 있다. 수분함량이나 고형화 상태 등 인수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태광 쪽에서 그것 자체가 안 돼 있다. 태광에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라며 “그 산을 넘더라도 폐기물에 포함돼 있는 안티모니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 기준이 환경공단에 없다”고 말했다.

즉 태광산업이 인수기준을 맞추지 않고 있으며 환경공단 역시 화학물질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인수기준을 환경공단에서 제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원안위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방사성 폐기물은 관리법이라는 것이 제정돼 있고 원안위 소관으로 규제하고 있다. 지자체는 인가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 보관된 폐기물과 유출사고로 인한 민가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성분이 우라늄인 만큼 방사선핵종으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외부피폭으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이 사안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태광산업이 우선적으로 인도규정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야 환경공단이 인수를 할 수 있다”며 “그리고 공단에서도 인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개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현재 고형화 작업을 전문분야를 통해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지 ‘목표’에 도달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또 고형화 작업을 위한 기술 개발 역시 ‘연구중’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환경공단, 명확한 인수기준 확립⋯“태광이 분류 먼저 해야”

울산시가 물질 기준이 없다는 환경공단에서는 ‘기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인수관련 기준은 명확하게 돼 있다. 울산시가 잘 모르나 본데 안티모니 기준을 갖고 있다”며 “더불어 태광에서 갖고 있는 안티모니는 우리 기준에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공단이 갖고 있는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안티모니라는 것. 하지만 기준에 없다고 인수받지 못하는 안티모니는 아니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안티모니 뿐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인수 기준에 대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가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공단 역시 준비가 부족한 태광으로 초점을 돌렸다. 공단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폐기물이 상당히 많은데 자체 처분하는 폐기물과 공단에 보내는 폐기물을 우선적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작업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데 이것이 첫 번째 순위다”고 말했다.

태광이 자체 처분할 것을 분류 해놓고 나머지에 대해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분류를 하기 위한 인수기준을 태광이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단 관계자는 “태광은 자체처리할 것을 먼저 해놓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양이 많은 만큼 폐기물 분류관련 사안을 원안위와 태광이 협의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CI
태광그룹 CI

◇ 태광이 말하는 총책임자(원안위) 등장⋯대답은?

폐기물이 수년째 태광이라는 기업에 눌러앉고 있는 것과 관련, 태광산업과 울산시, 공단은 모두 최종 승인 책임자로 원안위를 지목했다. 특히 태광산업은 책임부처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 외에는 수행할 것도,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했다. 원안위가 대답해야 할 사안이라고 넘긴 것.

그러나 원안위도 대답주체를 태광으로 넘겼다. 원안위 관계자는 “태광산업에 보관 중인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하기 위한 처리 기술개발·기존 저장설비의 후속처리·방폐물 이송 시기 등은 태광산업 계획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라며 “태광산업에서 답변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폐물 처리 기술 개발과 이송 계획 등은 태광산업이 수립하고 원안위는 방폐물 관리와 처리, 운반 등에 대해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안전규제만을 수행한다는 해명이다. 공단과 울산시가 지적하는 것처럼 태광산업은 방폐물 처리 기술 개발조차 준비가 안 돼 있으나 원안위나 울산시에나 가서 따지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안위 관계자는 “태광산업 방폐물 처리·처분 비용에 관한 사항도 태광산업에서 답변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며 “원안위는 관련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안전규제를 수행하며 처분이나 관련 비용 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태광은 태광산업이 보관하고 있는 방폐물의 ‘처리기술 개발’과 ‘처리설비의 설계’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원안위는 꼬집었다. 그리고 처리설비에 대한 원안위의 변경허가를 받아 시설 설치와 방폐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 변경허가를 할 예정이라는 방침이다.

또 태광 방폐물이 경주 방폐장으로의 인수되는 과정에서의 ‘인수기준’과 위탁처분에 대해서도 역시 태광이 대답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의 수용량 초과 여부 또한 방폐물 처리 설비를 통해 분석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태광에게 대답주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울산공장 오염수치가 후쿠시마의 수준을 넘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측정 표본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분명히 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방폐물은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방사선관리구역 저장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방사선관리구역은 원안위가 정하는 방사선량률(1주당 400μSv) 및 허용포면오염도 등을 초과할 우려가 있는 곳으로 출입관리 및 방사선장해 방지의 조치가 필요한 구역을 말한다. 원안위는 매년 정기검사를 통해 태광산업의 방폐물 관리 적절성을 확인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방사선량률은 방사선관리구역(저장창고)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방폐물 드럼의 표면에서 측정한 값이며 저장창고 울타리 외부는 자연선량률(0.2μSv/h) 수준임을 확인했다”며 “방사선관리구역으로 관리되는 장소 내 방폐물과 일반구역(후쿠시마시내)을 직접 비교한 보도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에 보관돼 있는 방폐물과 유출로 인한 인근 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안전성 영향’은 없다고 원안위는 판단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태광산업 방폐물 보관으로 인해 인근 주민에게 미치는 안전성 영향을 없다고 판단되며 지난해 2월 발생한 태광산업 자체처분 대상 액체 폐기물 누설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배경준위 수준으로 환경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폐기물은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되더라도 완벽한 처리, ‘ZERO’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완벽한 ZERO는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처분시설 땅 깊숙하게 드럼통에 담은 채로 보관시설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직접 대답할 ‘자격’이 있는 주체는 아무도 없었다. 자격이 있음에도 미루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렇게 책임 주체를 찾는 동안 ‘문제될 환경영향이 없다’는 방폐물은 존치되고 있다. SW

lhs@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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