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애드립(애드리브)은 애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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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애드립(애드리브)은 애들 입?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11.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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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송해 1927'에 출연한 송해.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 '송해 1927'에 출연한 송해.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애드립, 진행자의 대본에 없는 즉석멘트, 배우의 극본에 없는 즉흥대사, 연주자의 악보 밖 즉흥음률...으로 설명되는 말이죠.

원래는 ‘하고 싶은 대로’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 ad libitum을 줄인 표현으로 이 또한 일본서 건너왔고 우리도 ‘즉흥’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약속되지 않은 말을 나불나불 거린다고 애드립을 ‘애들 입’이라 낮춰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이거 그렇지 않습니다. 대단한 순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거죠.

원래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배우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온 대사가 더욱 훌륭해진 경우는 쌔고 쌨습니다.

저 유명한 <살인의 추억> 중 송강호 대사 “이거 대한민국이 강간 왕국이냐?”, 어찌 보면 영화 한 편 내용을 꿰뚫는 백미 대사인데요, 애초의 시나리오 대사가 아닌 배우가 현장서 만든 거라고 하거든요.

21년 전이니까 그 분, 송해 선생은 그때도 이미 70대 노인이셨습니다. 제가 교수로 있었던 대학서 불세출의 코미디언 서영춘 선생 동상 제막식을 가졌는데, 그때 추모사를 해주실 분으로 정했습니다.

송해 선생은 저랑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그랬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무슨 메모지 한 장 꺼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군요. 
“아, 저 분 말씀 실력 익히 알고는 있지만, 뭔가 준비한 멋진 멘트가 있으면 좋을 텐데...”
동상의 비문도 썼고 제막식 총괄선대본부장...아니, 전체 실무책임자였던 저는 애가 탔습니다.

그러나 그건 하늘 무너질 걱정이었습니다.

“여보게 영춘이~!! ‘배워서 남 주자’는 향학열 북돋우는 말이었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은 뭐든 잘 먹자는 기막힌 건강슬로건. ‘살살이 요건 몰랐지?’는 남을 속이지 말자는 경계의 말...그런 당대 최고 교육자가 여기 대학교 캠퍼스에 온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송해가 외친 이 사자후는 제가 전에도 못 들었고 후에도 다시 못 들을 최고의  애드립이었습니다.

방송이나 행사MC뿐 아니라 강사, 교사, 성직자...정치인도 들 수 있겠네요. 다중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즉흥말솜씨는 취미특기로 가질 게 아니라 가히 필수 재주이어야 합니다.

한 유력 정치인이 방송사 프롬프터 준비에 차질이 있자 1분 30여초 동안 얼음땡 하고 있었던 일이 화제에 오르고 있군요.

입을 다문 게 할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준비한 연설문에 충실하자는 의도였다면 별 일이 아닐 거고 말솜씨 하나로 지도자의 능력 전부를 평가해서도 안 되겠죠. 그렇담 송해가 대통령이 돼얄 테니까요.

하지만 어색한 침묵을 적당한 멘트로 채워 분위기 반전을 왜 꾀하지 못하느냐고 세게 흉을 보는 측도 많습니다.

오바마가 총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연설을 하다가 목에 메어 15초간 아무 말 없이 있었던 일은 ‘위대한 침묵’으로 평가받습니다만, 자칫 잘못된 침묵은 금은동 보다 더 아래인 ‘똥’이 되는 수도 있으니, 연설할 기회가 잦은 사람은 애드립 연구를 평소에 잘 해둬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라면 이랬을 것 같습니다. 기술진 등 다른 잘못이 있어서 방송이 중단되는 경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 잘 되게 하려는 비책을 말하는 자리이니 함부로 말하긴 뭐하고... 그냥 뭐, 쉬어가죠. 혹시 광고 준비된 거 있으면 틀어보시죠. 광고주는 덤으로 얻는 게 크니 대박이 나겠네요. 하하하!!”

어려울까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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