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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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기술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12.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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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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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제 단행본이 55권이나 되니, 여한 없는 분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가 생계책일 뿐, 그 양을 내세울 일 절대 아니고 혼자 만족되지도 않습니다.

책의 내용이야 어찌어찌 제가 채우지만 책을 만들고 파는 건 출판사 힘이니 사실 책 한 권 내기가 그리 쉬운 것만도 아닙니다.

궁금해할 분 계실까요? 작가 글이 책으로 인쇄되어 서점에 깔리는 절차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 출판사 정하기입니다.

한때 일간지 지면에 실리는 제 글이 제법 읽히고 그럴 때는 입도선매하겠다는 출판사가 꽤 있었지만, 아~ 아득한 옛날 일입니다.  

지금은... 제가 알고 지내는 곳 또는 최근에 ‘내 글 성격과 맞는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냅니다.

“소생 아무개라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글 보내노니, 졸필이라 여겨지더라도 충분히 읽어보시고 귀사서 만들 수 있는지 숙고 후 답 주시면 성은 얻은 듯 기뻐하겠나이다.”    

10에 7,8은 답이 없습니다. 맘 꽂힌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했다가 “흥!” 하는 대꾸마저도 못 들은 것처럼 잠시 쑥스럽지만, 그러려니 하죠. 그런데 아주 간혹 이런 답메일이 옵니다. 

“작가님의 옥고를 찬찬히 검토하였으나 본 출판사가 여력이 없습니다. 부디 좋은 타 출판사 만나 양서로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딱지 맞은 건 똑 같지만 이런 응답은 기분이 확 좋기까지 합니다.

간혹 사람들은 말합니다. “난 누구에게 거절을 못해서...” 거절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해야 될 거절에선 상대방 무안치 않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군요. 한 외국계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는데, 시험 방식이 특이하달까 까다롭달까 적잖이 어렵더랍니다. 단 1명 뽑는 자리에 1,2차 심화면접을 거친 5명의 지원자가 남았습니다.

회사 측에서 이들에게 3일 안에 최종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고 지원자들은 각자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시험을 괜찮게 치렀다고 스스로 생각한 한 여성 지원자가 그 회사서 보내온 이메일을 받았는데, 내용은 이랬습니다.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귀하는 이번에 탈락이 됐습니다. 인원 제한으로 귀하 같은 뛰어난 인재를 모시지 못하게 된 점.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지원자는 몹시 마음이 아팠지만 이메일의 내용이 진심으로 느껴져 위로를 받았고, 하여 답메일도 보냈습니다.

“저의 역량 부족이겠지만 아쉽습니다. 앞으로 귀사의 하는 모든 일이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후, 그 지원자는 뜻밖에도 회사로부터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은 겁니다. 알고 보니 그 불합격 통지 이메일이 마지막 시험이었던 거죠. 윽!!

단수 높은 그 불합격 통지 메일을 지원자 모두가 받았는데, 특별한 답메일을 보낸 사람은 그녀 한 사람뿐이었던 거죠.

그러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멋진 거절은 인간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다진다고 봅니다.

거절을 당했을 때도 ‘왜 사람 보는 눈이 없냐’고 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깨닫는 마음을 가져야겠죠.

설령 거절당한 아픔이 커도 절망하진 말아야 할 것 같고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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