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참(聽讖), 무슨 소릴 들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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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참(聽讖), 무슨 소릴 들으셨나요?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2.01.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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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사단
사진=11사단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아, 저 생경한 한자어 ‘청참’이 뭔가부터 알아야겠군요.

새해 첫날 신새벽 거리에 나가서 여기저기 발 딛는 대로 돌아다니며 귀를 저팔계처럼 세웁니다. 사람이나 개 등 소리든 아님 처마 밑 풍경 소리든 처음 들리는 소리를 녹취해서 집으로 옵니다.

그 소리로써 새해 신수를 점치는 것을 '청참'이라 했습니다. 덕담을 첫소리로 들었으면 따질 것 없는 최고의 청참이 됐겠죠.

청참이 로또를 점지해줄 수도 있어서 좋은 소리 들으려 했고, 나부터 좋은 말을 남들에게 했습니다. 이게 덕담인 거죠. 힘과 용기의 기운을 얻게 되는 덕담, 참 중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또 하나 전통사회에서 하는 덕담의 어법은 좀 독특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 시, “철썩, 철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지게 한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쓰신 육담 최남선 선생이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언어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언어에 영적인 힘이 있나니. 그래서 덕담은 말한 대로 실현되니 과거완료형으로 해야 바람이 꼭 이뤄진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죠. 승진을 바라는 김 대리에게는 “오, 올봄에 부장이 됐다고?” 청약예금을 20년이나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대궐같이 큰 아파트를 샀다니, 잘 했어!”.

시집을 가야하는 제 딸아이에게는(진짜입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드디어 백마 탄 왕자님에게 청혼을 받았어? 축하해!” 가족 말고는 구독자가 없는 유튜버(1인 미디어 하는)에게는 “전 세계 팔로어가 천만 명을 돌파했다니 대단해!”라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네 덕담은 서양방식보다 더욱더 적극적이고 포지티브 합니다. 단순한 축원을 넘어 이미 이뤘으니 그걸 크게 축하해준다는 간곡함이 있으니까요.

덕담의 역사는 우와~ 무척 깁니다. 신라시대에 임금이 신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좋은 말을 하는 궁중의 하례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왕에게 들은 말로 새해 신수를 점치는 청참(聽讖)을 할 수 있었으니 신하들은 일할 맛이 짱 났을 거라 생각됩니다.

언령관념(言靈觀念), 말 속에 어떤 신비한 힘이 배어 있다는 겁니다. 상대방을 ‘씨가 될 말’로 치켜세우면 그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니 지상 최고의 덕담을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한 셈입니다.

여러분은 이 새해 아침에 무슨 말을 들었으며 무슨 말을 하셨는지요? 병문안이나 상가의 인사가 조심스러워야 하듯 모든 덕담(德談)도 기본적 격식은 필요할 줄 압니다.

‘좋게 잘 되라고 한 좋은 말인데 대환영해야지 왜 시큰둥해? 거참 이상하네...?’ 이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조상님들의 덕담이 참 지혜롭고 슬기가 넘칩니다.

자식을 얻는 것인 생자(生子), 관직에 오르는 득관(得官), 돈을 버는 치부(致富) 그리고 건강(健康)에 한정했던 조상님들의 덕담이 참 지혜롭고 슬기가 넘칩니다. 결혼, 시험, 취직 등 현대의 금기어들은 삼가자 이 말입니다.

저도 인사드립니다.

“시사주간 독자 여러분! 로또에 당첨 되셨고, 지지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구요? 아,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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