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김일성의 후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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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는 김일성의 후계교육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2.01.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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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아주머니가 쌀을 배급받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의 한 주민이 쌀을 배급받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19621023.

김일성 주석은 최고인민회의 제3기 제1차 회의에서 우리 인민은 모두가 다 기와집에서 이밥(흰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사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밥은 입쌀로 지은 흰 쌀밥을 말하며 고깃국은 고기가 들어간 국이 아니라 고기를 끓여 우려낸 국물을 말하는 것으로 육수를 뜻한다.

그런 이밥에 고깃국타령이 아들과 손자로 이어지며 60년이나 됐다. 1970년대 초반까지 북한이 남한보다 더 잘 살았기 때문에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당시 인민들은 이밥에 고깃국은 아닐지라도 풍족한 생활을 했다.

중국 동북3성에 거주하던 조선족들이 북한으로 이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6.25전쟁이 나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북한은 민생경제를 외면한 채 주체사상에 올인하며 체제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했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이밥에 고깃국20101월 다시 등장했다. 아들 김정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수령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아버지와 달리 흰쌀밥만 얘기했지 고깃국 약속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고난의 행군으로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하며 먼 이야기가 됐다.

57년이 흐른 20193월 손자인 김정은도 고깃국이야기를 꺼냈다.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북한의 영원한 경제 목표로 불리는 흰쌀밥에 고깃국표현을 꺼낸 건 이때가 집권 이후 처음이었다. 그가 6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중국을 종단해 베트남까지 갈 정도로 잔뜩 기대했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지 한 달 만이었다.

하노이 노딜이 2의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615일 당 중앙위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인민들 식량형편이 긴장됐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1227일 개막한 당 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농업생산 증대가 최우선 과제라며 , 밀 중심의 식단을 위해 재배면적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곡창지대인 황해남도를 콕 찍어 집중 지원하라는 말도 곁들였다.

북한의 식량난은 30~40년간 똑같이 반복되는 농사가 근본적 문제다. 비료가 부족해 매년 연초만 되면 퇴비를 바치라고 하는 모습부터 똑 같다. 코로나192년째 국경을 봉쇄하면서 자력갱생의 구호만 높지 실제로 농자재가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북한 당국은 청년들과 제대군인들을 농촌으로 진출시키며 부족분을 사람으로 메우고 있다. “도시처녀가 리상촌에 시집을 와요하는 1970년대 노래를 다시 틀어주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을 전년도 440만톤 보다 29만톤 증가한 469만톤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기상 여건과 비료 수급 상황, 위성 영상 등을 토대로 쌀 216t, 옥수수 159t, 감자와 고구마 57t, 밀보리 16t, 19t 등을 수확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곡물생산량이 전년 보다 소폭 증가했어도 북한의 연간 평균 곡물수요량인 550t과 비교하면 여전히 80t 정도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북한의 식량난에는 소름끼치는 사실이 있다.

김일성이 김정일 후계구도 때 가장 강조한 것은 집안은 내부가 편안해야 한다. 국내를 꽉 틀어잡아라. 짐승도 배가 차면 옆에 있는 먹잇감도 덥석 물지 않고 누워 잔다. 그것처럼 인민도 배가 부르면 통치자 말을 안 들으니까 항상 배곯게 정치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김정은에게도 이 말이 유훈처럼 전해졌을 것으로 보면 북한의 식량부족은 당연한 얘기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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