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민주화의 어머니'가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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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민주화의 어머니'가 떠나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01.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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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심 여사. (사진=뉴시스)
배은심 여사.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민주화의 어머니'가 우리 곁을 떠났다. 1987년 6.10 항쟁 당시 사망한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오전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배은심 여사는 87년 아들 이한열 열사를 먼저 떠나보낸 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가입,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故 이소선 여사(故 전태일 열사 어머니), 故 박정기씨(故 박종철 열사 아버지) 등과 더불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부모의 역할을 해왔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민주화를 외치던 아들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고 그의 죽음은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대표되는, 전 국민들의 시위 참여를 이끌어냈다. 박종철과 이한열이라는 두 청춘의 죽음은 국민들을 전두환 정권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결국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직선제를 받아들이는 '6.29 선언'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대답한다.

배은심 여사는 이후 민주화를 외치는 곳마다 달려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고 그러면서 아들이 못다산 삶을 대신 살았다. 1998~1999년 그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 농성을 통해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 수사가 가능해지고 많은 민주 열사들의 명예가 회복된 계기를 만든 이가 배 여사와 유가협이었다.

배은심 여사와 이한열 열사. 사진=뉴시스

그는 2009년 용산 참사가 일어나자 바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에도 유족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편에 서서 싸웠다. 그 사이 2011년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떠났고 2018년 박정기씨가 떠났고 2020년 백기완 선생이 떠났다. 그리고 아직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은심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에 여야가 모두 추모의 메시지를 남기고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조문하며 그의 죽음을 추도했다.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한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은심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고인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보수 쪽 후보들도 배 여사를 추모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삶은 어느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닌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려는 어머니'의 삶이었다는 점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신의 비극을 가슴에 묻거나 비통함 속에서 평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닌 아들의 삶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았고 그 삶의 흔적이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기에 그의 죽음에 누구나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치열한 민주화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외치며 손을 잡고 전진하고 있다. 이소선의 이름, 박정기의 이름, 그리고 배은심의 이름이 이제 가슴 속에 새겨졌다. 한국 민주화의 길을 다시 걸을 시기에 그를 떠나보냈다는 것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시작점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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