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70년' 엘리자베스 2세와 '대영제국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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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 70년' 엘리자베스 2세와 '대영제국의 추억'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02.0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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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사진=AP/뉴시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6일, 즉위 70년을 맞았다. 즉위 70주년은 영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26년에 태어난 그는 왕이 된 과정부터 극적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조지 6세는 당초 왕위 계승 서열에서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에 밀려있었지만 에드워드 8세가 재위 직후 미국 평민 출신인 윌리엄 심프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버렸고 그렇게 1936년 아버지 조지 6세가 왕위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1952년,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 중이던 여왕은 선왕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고 그렇게 그는 25세의 나이에 영국 여왕으로 즉위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그의 생 자체가 영국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주 신분으로 군에 입대해 트럭 운전병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여왕 즉위 후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 등 14명의 영국 총리를 거쳤고 트루먼, 케네디, 스탈린, 마오쩌둥 등 역사 속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왔고 홍콩 반환, 브렉시트, 스코틀랜드 분리 등 각종 사건들을 겪어왔다. 

하지만 찰스 왕세자와 전 부인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갈등 속에 이혼했고 1997년 다이애나 비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이애나를 홀대했다'는 세계인들의 비판의 눈초리를 받아야했다.이 당시 영국 왕실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2007년 작 <더 퀸>으로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배우 헬렌 미렌은 그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호연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손자 해리 왕자의 부인 매건 마클이 '인종차별'을 주장해 논란이 됐고 아들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왕실 가족사를 겪어야했다. 지난해 4월에는 70여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 필립공을 먼저 떠나보내야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70년의 즉위 기간 동안 '영국의 정신적 지주'로 존재감을 보여왔다. '대영제국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 영국 왕실은 효용도를 떠나 존재 자체가 영국민들의 자존심으로 남아있으며 특히 과거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등 대영제국의 중심에 '여왕'이 있었다는 과거를 기억하기에 여왕은 상징적 존재로 오랜 기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전쟁 직후 웨딩드레스 마련을 위해 배급 쿠폰을 모으고 왕실의 면세 특권을 스스로 철폐하고 소득세를 내는 등 권위를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왕실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떨치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즉위 70주년 기념 성명을 통해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면 (그의 아내인) 카밀라 파커 불스가 '왕비'로서 충직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카밀라는 찰스 왕세자와 2005년 결혼했지만 그가 다이애나비 생존 당시 찰스 왕세자와 불륜 관계였다는 것 때문에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사용했던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Princess of Wales)' 대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으로 불렸는데 이번 성명은 사실상 카밀라를 '왕비'로 정식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현재 영국은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영국 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왕이 영국의 마지막 군주가 되어야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영국 정치권도 아직까지 군주제 폐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73세의 고령이 된 찰스 왕세자가 현 여왕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역시 고령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찰스 왕세자가 자신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왕위를 둘러싼 논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왕위 논쟁이 불거질 경우 한동안 힘을 잃고 있던 '군주제 폐지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앤드루 왕자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왕실의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가원수'가 등장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여왕 사후의 문제'임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게 여왕은 영국에서만큼은 '대영제국의 증인'으로 상징된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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