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도 옛말 요즘엔 반가사유상 앞에서 '잔디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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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도 옛말 요즘엔 반가사유상 앞에서 '잔디 멍'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2.02.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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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메타버스 플랫폼 '힐링동산' 인기
국립민속박물관도 비대면 교육에 '오촌댁' 선보여
전문가들 "박물관 메타버스 탑승은 호재 국경 한계 사라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거세졌다. 박물관들도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활용해 관람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상박물관 '힐링 동산'이 오픈 약 4개월만에 누적 관람객 520만명(2월4일 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까지 493만4368명이 힐링동산에 들렀고, 그중 96%는 해외 방문자였다.

'힐링동산'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 구축한 가상박물관으로, 지난해 10월8일 오픈했다. 이용자들이 여러 과제를 완수하면서 국보로 지정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 당시에 이용자들의 재방문율은 30%였으나, 올해 1월 들어 65%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평균체류시간도 11.49분에서 14.86분으로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활발한 소셜 활동과 이용자 창작 콘텐츠(UGC) 제작이 작용한 결과"라며 "게임적 요소보다 자유도 높은 경험 설계를 중심에 둔 '소셜성(사회적 관계 맺기)' 강화로 장시간 체류와 재방문 확대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객들 사이에서 반가사유상 앞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잔디멍'이 유행했다"며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이 박물관의 잠재 고객을 확대하고 반가사유상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활용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위치한 한옥인 '오촌댁'을 활용해 주거 생활의 변화, 가택신 등을 알아보는 비대면 교육을 지난달 17~21일 진행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총 10회차 교육이 진행됐고, 147명(회차별 15명 정원)이 참여했다"며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이 대부분 문항에 만족했다. 올해 다른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장까지 발전시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물관들이 메타버스로 성공하려면 단순한 관람객 유치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사실 무언가를 보는 것도 소비"라며 "'소비'라는 활동이 과거에는 시간·공간의 제약을 받았는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소비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메타버스"라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 업계에서 보면 메타버스가 사업적인 측면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가상 박물관 방문이 무료일 때는 관람객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데, 그만큼의 효용과 흥미를 제공해줘야 이용객들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구매로도 연결된다. 박물관들의 메타버스 활용은 실제로 돈을 내고 사람들이 지불의사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메타버스'하면 사이버공간에서 게임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개념이 전혀 아니다"며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로, 궁극적으로 소셜미디어(SNS)와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지금 글을 올리고 광고를 보는 환경이라면 메타버스는 그보다 훨씬 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물관들 입장에서 보면 메타버스 열풍은 호재"라며 "메타버스는 기존의 소셜미디어가 갖고 있는 인터페이스를 많이 개선할 것이고, 국경의 한계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한국문화 콘텐츠가 단순하게 국내 관람객들만 확보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택광 교수는 "서울에 있는 박물관을 서울 시민보다 한국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나 한국을 연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다"며 "가상박물관이 제대로 구축되면 굳이 한국에 오지 않더라도 한국 문화를 알 수 있게 된다. 박물관들이 콘텐츠 개발에 더욱 힘쓰고,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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