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대 출산 다룬 '고딩엄빠'가 우려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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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대 출산 다룬 '고딩엄빠'가 우려스러운 이유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2.02.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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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예능 제작 
18세 임신·피임 방법·임신중절 합의서까지…
지난 21일 공개된 '고딩엄빠' 2차 티저 영상 캡쳐. 사진=MBN '고딩엄빠'
지난 21일 공개된 '고딩엄빠' 2차 티저 영상 캡쳐. 사진=MBN '고딩엄빠'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최근 메일함을 확인하다 두 눈을 의심했다. '10대에 부모가 된 고등학생 엄마, 아빠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이라니…' 다큐멘터리에서 다룰 법한 가볍지 않은 소재의 예능화에 한번 놀랐고,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MBN '고딩엄빠' 측은 오는 3월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최근 1차 티저와 2차 티저를 공개했다. 

1차 티저에는 11개월 차 '덩쿨이' 엄마인 만 18세 고등학생이 등장한 데 이어, 2차 티저에는 3명의 10대 부모가 등장해 10대들의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3억~5억원대에 이르는 '임신중절 합의서'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공개돼 충격을 줬다. 

신선을 넘은 파격적인 콘셉트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은 기자 뿐일까. 온라인 상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고딩엄빠' 남성현 PD는 10대의 성(性)이라는 파격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직접 기획 의도를 밝혔다. 

남 PD는 "많은 사람들이 쉬쉬하지만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10대의 성 이야기'를 소재로 하다보니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린 게 사실"이라면서 "10대 엄마, 아빠라는 주제를 통해 10대의 성에 대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고딩엄빠들은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고 쉽지 않은 선택과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들, 딸 그리고 친구이자 동생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을 당당하고 굳세게 이겨내는 모습, 혹은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방송에서 확인해 달라"고 덧붙였다. 

남 PD의 설명을 듣고도 사실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10대 부모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백번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대 임신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온화해지길 바라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무리가 아닐까. 

'숨겨진 10대의 성(性) 이야기와' '10대 부모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룬 것도 시청률을 의식한 '욕심'이 아닌가 싶다. 

10대의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10대에 부모가 된 청소년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10대들이 모여 최근 10대들의 성 가치관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10대 부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면 성과 임신, 출산 과정을 차치하고 책임감 있게 아이를 낳아 육아에 고민하고 모습을 좀 더 비중있게 다루면 될 일이다. 

10대의 개방된 성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임신한 청소년 부부가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모습을 이해하기엔 더더욱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공개된 티저 영상도 '고딩엄빠'의 기획 의도를 파악하기에 혼선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공개된 2차 티저에는 '파격적인 10대들의 성(性) 담론이 담겨 있다'는 설명과 함께 10대 출연자가 태아의 초음파 영상을 공개하고, "콘돔을 빼고 질외사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MC 하하가 남성이 흥분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를 두고 '고딩엄빠' 측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거침없는 토크의 장을 열어젖힌다'고 표현했다. '건전한 담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던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에 거부감이 들 정도다. 

오는 3월6일 '고딩엄빠' 첫 방송을 앞둔 남 PD는 "10대 자식을 둔 부모, 부모와 트러블이 있는 10대, 질풍노도와 같은 10대 시기를 지나온 20, 30대 등 남녀노소 모두 공감하며 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다"면서 "10대와 그들의 부모가 손잡고 보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작진의 기획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첫 방송을 앞두고 공개된 2회 티저 영상만 보고 쏟아낸 기자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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