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돌파감염될 텐데"…5~11세 접종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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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도 돌파감염될 텐데"…5~11세 접종 차질 빚나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2.03.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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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세 고위험군 접종 권고, 일반 소아는 자율
고위험군 자녀 학부모 "아이 더 아플까 불안해"
"델타크론 나오는데 백신 맞는다고 효과 있나"
작년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 따른 거부감 영향도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 확진 판정된 소아가 늘어나는 가운데 오는 31일 시작하는 5~11세 백신 예방접종에 자녀를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미 또래 아이들이 상당수 감염된 상황에서 돌파감염 가능성은 높은데 백신 부작용 우려는 여전하다는 생각에 예방접종을 통해 중증으로 전환될 위험을 줄인다는 당국의 설득이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이 전날 발표한 5~11세 백신 접종 시행계획을 보면 중증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소아에게는 접종을 적극 권고했지만 일반 소아에게는 자율 판단에 맡겼다.

고위험군은 면역저하자나 만성 폐·심장·간·신장·신경근육 질환이나 당뇨·비만이 있는 소아, 만성질환으로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 시설에서 치료·요양 중이거나 의사 소견에 따라 접종이 권고된 소아 등이다.

추진단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 시기를 지나면서 소아 확진자와 위중증, 사망자 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5~11세 누적 확진자는 약 70만명이며 위중증 환자는 20명, 사망자는 4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유행 속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소아의 백신 예방 효과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낮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중증화 우려가 높은 고위험군에는 접종을 적극 권했지만 일반 소아는 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고위험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백신 부작용이 걱정스럽다며 접종을 꺼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기르고 있는 학부모 이모(41)씨는 "남편은 자녀에게 백신을 맞히자 말하지만 아이가 잘못돼 더 아플 것 같아 접종을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아이들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2차까지 접종을 마쳤지만 주사를 맞고 나서 너무 아팠다"며 "오히려 몸 상태가 좋은 아이들을 먼저 맞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효과성을 두고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에서 신종 변이 '델타크론'(deltacron)이 나타났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1차를 맞고 8주가 지나 2차를 맞을 때쯤이면 새 변이가 나타나지 않겠냐느는 반응도 있다.

경북에 사는 신모씨는 지난주 10살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등교 수업이 중단됐고, 자녀도 확진 판정됐다면서 또래들 사이에 오미크론 감염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7세 자녀도 확진 판정됐다고 밝힌 신씨는 "델타 이후 오미크론이 나오는 데 석 달 정도 걸렸는데, 8주 동안 2차까지 다 맞고 나서 새 변이가 나오면 효과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감염된 적이 있는 일반 소아에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지만, 신씨는 이미 돌파감염 가능성이 높은 터라 자녀 감염 여부와 상관 없이 백신을 맞힐 생각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신씨는 "독감 접종도 매년 참여했는데, 유행 전 접종했던 백신과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퍼져 결국 다 감염되는 경험을 했었다"며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아 백신이 감염을 100% 완전히 방어해 줄 수 없다는 점은 추진단도 동의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2차 접종을 마친 지 7일이 지나면 예방 효과가 90.4%로 입증돼 효용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은 전날 "아이들의 감염률이 매우 높은 상태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해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하겠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소아 백신이 중증, 사망 위험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입증됐다고 강조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차 접종을 마친 지 14~67일이 지난 5~11세 소아는 오미크론 유행 기간 동안 응급실·긴급치료 예방효과와 입원 예방효과가 각각 51%, 74%로 나타났다. 

또 CDC 이상반응 수동감시체계 결과, 5~11세 소아를 대상으로 한 약 870만건의 접종 결과 0.05%(4249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됐고, 보고된 이상반응의 97.6%는 발열·두통·구토 등 일반 이상반응이었다. 

추진단의 설득이 잘 통하지 않는 배경에는 지난해 접종 권고 과정에서 빚어졌던 사회적 갈등이 학부모들의 거부감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1~12월 전면 등교에 즈음해 학원·독서실 등 학습 시설에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접종이 자율이 아닌 강요라는 반발을 불렀다. 소송전까지 벌어진 끝에 청소년 방역패스는 시행도 못한 채 잠정 중단됐다. 

이미 올해 접종을 시작한 만 12세(2010년생) 예방접종 참여도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14일 0시 기준 대상자 대비 접종률은 1차 7.9%, 2차 3.9% 수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재 12세 접종을 확대했을 때 접종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중증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는 소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접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고위험군 소아의 경우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의 권고를 통해 접종을 독려하고, 일반 소아에 안내문 등으로 접종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해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또 이상반응에 대한 감시를 위해 백신을 맞은 소아 1000여명에 대해 문자 수신 동의를 얻은 뒤 접종 후 1주일 동안 능동감시 방식으로 이상반응 증상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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