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토양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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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토양관리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3.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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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날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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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흙의 날’은 흙의 소중함과 보전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부는 2015년에 3월 11일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3월 11일로 정한 이유는 ‘3’은 3농(농업·농촌·농민)을 상징하고, 뿌리고 기르고 수확한다는 3농을 의미한다는 취지에서 3월을 택하였고, ‘11’은 흙의 한자(土)를 나누면 십(十)과 일(一)이 되어 이것을 합한 숫자가 11이기에 이 날로 정해졌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흙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삶의 터전이다. 흙은 공기나 물처럼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자연 자원으로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흙은 인류의 먹거리 대부분을 공급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위한 공익적·환경적 가치도 흙을 통해서 나온다. 

인류 역사에서 ‘흙’을 잘 관리한 문명은 번성했고, 그렇지 못한 문명을 쇠락했다. 토양학자(土壤學者)들은 메소포타미아지역 수메르(Sumer) 문명은 염류집적(salt accumulation), 인더스 계곡 하라파(Harappa) 문명은 사막화, 잉카와 마야 문명(Mayan and Incan Civilization)은 토양 침식이 원인이 되어 몰락했다고 이야기한다. 1924년에 발족한 국제토양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Soil Science)는 토양학의 전 영역에 걸친 연구와 응용을 촉진함으로써 인류 복지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 토양학에서는 ‘토양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토양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통한 식량과 환경의 안전 보장을 의미한다. 토양안보를 전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한 탄소중립의 개념까지 확장하여 ‘탄소중립과 관련한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라고 볼 수 있다. 토양안보와 관련해 표토(表土)가 중요하다. 표토는 토심(흙의 깊이) 7-25cm 범위의 토양으로 식물이 흡수 이용하는 대부분 영양분과 수분을 저장 공급하는 부위이다. 

표토는 바이오매스(biomass, 단위 면적당 생물체의 중량) 생산, 오염물질 저장, 수자원 저장, 대기 정화(CO2 저감), 대기 냉각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국내 연구진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표토의 가치는 바이오매스 생산 149.2조원, 오염물질 저장 22.3조원, 대기 냉각 5.5조원 등을 포함해 총 182.4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표토 침식(浸蝕)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흙은 용암부터 시작된다. 땅 속 깊이 열에 녹아 죽이 된 뜨거운 암석 용암이 식어 바위가 되고, 그게 잘게 부서져 흙이 되므로 아주 긴 세월이 필요하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흙 알갱이에는 아주 작은 생물과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 생물들이 숨을 쉬며 살기 때문에 흙은 살아 있는 셈이다. 흙의 색깔은 영양 성분에 따라 다르다. 나뭇잎이 썩어서 흙 속에 남으면 검은색을 띠기에 색깔이 검을수록 영양분이 많다.

제7회 ‘흙의 날’ 기념식이 지난 3월 11일 ‘탄소중립 시대, 당신이 흙기사입니다’를 주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전북 완주 농촌진흥청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었다. ‘탄소중립과 디지털 토양관리’를 주제한 심포지엄에서 스마트한 토양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지금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시대다.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토양 호흡 감소를 통한 탄소 발생 저감, △산림 증진 등 탄소 발생이 적은 방식의 토지 이용, △유기물 투입 증대를 통한 토양 내 탄소 공급 확대, △유기성 폐자원의 재활용 확대, △탄소 격리를 통한 탄소 저장 등이 있다. 

토양 관련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므로 정부·기업·농민 등 농업 관련 주체들이 흙의 탄소(炭素) 저장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2040년이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올라간다.

지금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되면 2100년에는 섭씨 4.4도 상승할 전망이다. 지구온도가 2도 이상 오르면 폭염(暴炎), 한파(寒波) 등의 자연재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할 것이 예상되므로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를 앞으로 닥칠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리스크 진단에 따르면 ‘향후 2-5년, 5-10년 내 결정적인 위험’으로 기후변화 대응 실패가 첫번째로 꼽혔다.

이에 대한 국내 농업계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다. 즉 2030년까지 국내 농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27.1%로 해마다 2.6% 이상을 감축해야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2020년보다 0.1% 늘었다. 이에 토양보전을 통한 탄소중립 실천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탄소의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심포지엄에서 농업분야 탄소저감을 위한 신기술이 소개되었다. 농촌진흥청 박성진 연구사는 농진청이 2020년부터 개발 중인 토양탄소 저장량 지도는 논·밭·과수원의 산성도와 용적밀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양분관리와 비료처방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지도 개발과정에서 토양의 탄소격리량을 최적으로 유지한다면 연간 온실가스 400만톤을 감축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연구를 보완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양에는 유기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는 유기탄소(有機炭素, organic carbon) 1조5천억톤을 포함해 약 2조5천억톤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토양 속 탄소량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7500억톤)의 5-6배에 이르는 셈이다.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은 토양마다 차이가 있어 유기물과 미생물을 많이 함유한 흙이 탄소 격리 능력도 높다. 전 세계 경작지의 탄소 격리 능력은 연간 9억톤에서 18억5천톤으로 지역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흙은 유기물 함량이 낮은 편이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함께 탄소 포집(捕執)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포집한 탄소를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거나 재활용해야만 대기 중 탄소를 소멸시킬 수 있다.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통칭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라고 한다. 

‘CCUS’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이다. CCUS는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늘어나도 화석연료 사용이 계속되는 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최근 CCUS와 관련한 여러 기술이 개발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9억달러(약 2조3600억원)인 글로벌 CCUS 시장 규모는 2020년 70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포집된 탄소를 활용하기 위한 창의적인 기술 개발과 이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석유업계의 정유기업들은 발전소나 산업시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원유 회수 증진(EOR)이라는 공정에 사용한다. EOR은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면서 저장까지 하는 기술이다. 즉, 땅속에 있는 원유를 끌어올릴수록 압력이 낮아져 채굴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주입해 압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CCUS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 농도가 0.04%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포집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 연구팀이 74개의 CCUS 기술을 검토한 결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술은 4개(5.4%)에 불과했다. 

우리는 기온 상승을 18세기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켜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 전체를 위한 책임의 실천이다. 또한 기후 방어력을 키우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실리적 행동이다. 

탄소 중립 실패는 화석 에너지의 여전한 건재를 의미한다. 중국은 최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이면서도 석유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10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화석 에너지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 빈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탄소 중립 실패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이는 데에는 광합성(光合成)을 통한 식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산림은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吸收源)이므로 산림을 통한 탄소흡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신규 탄소흡수원을 늘리기 위해 유휴 토지에 산림을 가꾸거나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신규 조림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지구상의 식물이 보유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약 6000억톤이다. 식물이 살 수 있는 기반은 흙이므로 한줌의 흙이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우리 흙이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다. 우리는 흙 살리기 운동(Healthy Soils Program)에 동참하여야 한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Ukraine)를 침공한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AO Food Price Index)는 1월 135.4보다 3.9% 상승한 140.7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밀을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이 예상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 세계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식량 자급률은 45.8%로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사료용 곡물까지 포한한 곡물 자급률은 21%에 불과하여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 위험성이 커지면 일부 국가는 식량을 무기화할 수도 있다.

밀·옥수수·콩(대두) 등 이른바 3대 곡물 가격이 급등하여, 이들 곡물 수입 비율이 전체 수요의 90%를 웃도는 우리나라는 충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이상기후가 반복되어 농작물 생산에 큰 피해를 줬다. 이에 정부는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식량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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