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좌지기(宥佐之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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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좌지기(宥佐之器)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4.1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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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열린 윤석열 정부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열린 윤석열 정부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돋아난 사철쑥에 이슬방울 달려있네(蓼彼蕭斯 零露泥泥), 우리 임을 만나보니 어찌 이리 즐거운가(旣見君子 孔燕豈弟), 형님 같고 동생 같아 그 마음 변치않네(宜兄宜弟라 令德壽豈)

'시경(詩經)'의 한 부분이다. ‘의형의제(宜兄宜弟)’라는 말이 나온 원전이기도 하다. '대학(大學)'에서 는 이를 다듬어 '형과 아우가 화목하게 지낸 후에야 비로소 나라 백성을 가르칠 수 있다(宜兄宜弟 而後可以教國人)'고 했다. 이는 '가화만사성치국평천하(家和萬事成 治國平天下)'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야가 서로 삿대질을 하고 보수와 진보를 따지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보면 다를 것도 없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듯 진보가 나이들면 보수가 되고 보수가 세월이 차면 또 진보가 되는 것이다.

유좌지기(宥佐之器)는 중국의 성현들이 자신을 늘 경계하기 위해 만든 기기로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그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주(周)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가 제사에 사용하는 의기(儀器)를 보고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알맞게 물이 차면 바로 서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환공이 이를 보며 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경계하십니다.”

중국 드라마 ‘사마의’에도 이 유좌지기가 나온다. 삼국지의 수많은 영웅 호걸 중에서 ‘사실상 최후의 승자’라는 사마의는 유좌지기를 곁에 두고 늘 경계했다. 조조와 아들 조비에게까지 늘 자신을 낮추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결국 아들 사마소가 진(晉)을 세우게 만든다.

치국평천하는 왕이 늘 자신을 경계하고 의형의제 할 때 이룩된다. 정권교체도 가득 차면 이뤄진다. 어제 8개 부처 장관이 인선됐다. 벌써부터 ‘서오남’(서울대 출신 오십대 남성)에서 ‘경육남’(경상도 출신 60대 남성)으로 이어졌다는 핀잔이 나오고 있다. 아직 인선이 마무리 되지 않아 성급한 비판일 수 있지만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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