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까 말까···새 정부 전기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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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까 말까···새 정부 전기료 딜레마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04.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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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은 요금 인상 불가피"
원전 발전량 확대해 생산 단가 낮춘다는 구상
다만 수명 연장 등 위한 절차에 상당시간 걸려
누적된 인상요인에 요금 현실화 필요성도 제기
'물가 안정' 목표 고려해 인상 제동 가능성도 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차기 정부 출범 전부터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요금 인상 압박을 낮추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기존 원전 수명 연장 등으로 요금 부담을 낮추는 것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전력 판매자인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도 크게 나빠지며 요금 인상 압박을 키우고 있다. 다만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 안정'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13일 인수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하면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인수위는 전날 브리핑에서 관계 당국 보고를 기반으로 이 같은 추산치를 내놨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50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000원의 요금을 낸다고 할 때, 물가상승분을 제외해도 2025년 5만3000원∼5만6000원, 2030년 6만4000원∼7만5000원, 2035년 7만8000원∼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한 지난 5년간 원자력 발전량이 줄면서 한전의 전력구매비가 13조원 늘었다며, 한전 재무 악화의 원인으로 정책적 실패를 지목했다.

이에 인수위는 원전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발전원 구성 비율)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값싼 원자력 발전을 늘려 전력 생산 단가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원전 발전량을 늘려 전력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게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설계 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을 추진해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보관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원전 운영 인허가 절차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려, 윤석열 정부 내에서 실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에 요금 인상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1㎾h당 192.75원으로 전년 동기(84.22원)보다 약 228.9% 뛰었다. 

한전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료비 연동제란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새 정부 '경제 원팀'의 최대 과제는 '민생 안정'이다.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공공요금 인상이 쉬울리 없는 셈이다. 가뜩이나 새 정부의 코로나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추진으로 고물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공공요금 관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추 후보자는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설명하며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 부문에 관한 요금 가격"이라며 "구조를 잘 살펴 필요할 때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이 산출해 정부에 제출하면 기재부와 산업부 간 협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추 후보자가 언급한 대로, '물가 안정 기여'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 생활 등을 고려해 인위적으로 동결할 수 있다. 

추 후보자는 또한 "(공기업이)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통해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을 누적시키고 나서 때가 되니까 가격을 올리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일갈해, 요금 인상이 아닌 공기업 재무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전도 최근 의정부 변전소 잔여부지 매각을 공고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자체적인 재무 개선 노력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전력구입비 부담이 절대적이다. 전력구입비는 한전 예산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한전 매출은 전력 판매량 증가로 2조55억원 증가한 반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은 11조9619억원 증가했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요금 현실화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새 정부가) 원자력 발전량 확대에 나서는 한편 전 정권에서 억제한 인상 요인을 요금에 반영해야 시장의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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