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감염과 재유행
상태바
코로나 재감염과 재유행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4.26 07:3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COVID-19) 출구 전략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尹錫悅(Yoon Suk-yeol)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마치 코로나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文在寅(Moon Jae-in)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방역 완화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최근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확진자 격리 해제 등을 포함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했다. 국내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 확진자 중 20%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년 1개월(757일) 만에 전면 해제했다. 이에 카페와 식당 등의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25일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4주간 유예 기간을 거쳐 5월 23일(잠정)부터 확진자 7일 의무 격리를 권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땐 다시 1급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월 13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WHO는 코로나는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고 대유행을 일으킬 여력이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한 가운데 있다고 경고했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현재 우리나라 1급 감염병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에 두 차례 이상 걸린 재감염자(再感染者)가 확진자(確診者) 1000명 중 약 3명(0.284%)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이 지난 3월 19일까지 누적 확진자를 전수 조사할 결과, 2만6239명이 재감염 추정 사례였다. 이 중 3회 감염자도 37명이나 있었으며, 이들 중 18명이 0-17세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재감염 비율이 프랑스(3%), 영국(10%) 등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우리나라도 지난 1월 중순 이후 오미크론(Omicron)이 대유행하면서 1차 감염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재감염률이 3%가량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11월쯤에서 내년 초 사이 코로나가 재유행(再流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과학 방역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정재훈 교수(가천대 예방의학)는 새 변이가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우세종화 시점 10-14주 후인 올해 하반기에 재유행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옥 교수(건국대 수학과)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현상은 유행의 최대치를 5-20%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 기간 4차 접종의 대상과 규모에 따라 누적 사망자가 최소 700명에서 최대 2700명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일 때는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5월 22일까지는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된다. 그러나 23일부터는 2급이 되면서 확진자 자가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이에 자가격리 위반에 따른 법적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본인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반드시 5-7일 격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역 당국도 논의를 거쳐 ‘격리 권고 기간’을 안내할 방침이며, 5일 정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도 계절독감(毒感), 수두(水痘), 홍역(紅疫) 등 2급 전염병에 걸리면 방역당국 지침과 의사 권고에 따라 4-7일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당초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포함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하면서 ‘야외 마스크 착용’ 지침을 푸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성급하다’고 반대하여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5월 5일 어린이날, 8일 부처님 오신날 등 공휴일과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리면 윤석열 정부 출범(10일) 전후로 코로나 확산세가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는 비말(飛沫) 감염이기에 공기 확산이 자유로운 야외에서는 실제 감염이 거의 되지 않는다. 지금도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거나 홀로 등산할 때처럼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2m)를 둘 수 있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현재 방역 지침 상 마스크는 △실내 전체 △실외에서 다른 사람과 2m 거리 유지가 안 되는 경우 △집회·공연·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경우에는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조치를 전면 해제하면서 국민들에게 다시는 마스크 쓸 일이 없을 것이라는 듯한 메시지로 호도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더라도 언제든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 미국에서는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적용하는 마스크 착용을 5월 3일까지 재연장한다.

지금은 확진자의 진료비, 치료비 등을 전액 정부가 부담하지만, 5월 23일부터는 코로나 확진자가 외래 진료를 받았을 때 발생하는 진료비의 70%는 건강보험에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 환자 입원 치료비는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확진자에게 주는 생활지원비 혹은 유급휴가비는 5월 23일부터 받을 수 없다.

60세 이상 고위험군 확진자에 대한 재택관리 모니터링(하루 2회)은 5월 23일부터 없어진다. 정부는 자가격리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면 재택치료 체계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지금 같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고, 동네 병의원에서 손쉽게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금은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비가 모두 무료이지만, 5월 23일부터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재감염(再感染, reinfection)이란 동일한 감염체에 의해 2회 이상 감염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질병이 완치된 이후에 또다시 그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미생물의 감염으로 체내에 면역(免疫)이 생긴 다음, 미생물이 소멸되어 일정기간 면역이 지속되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다시 감염된다.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던 사람은 대부분 처음과 다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된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스페인의 31살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후 불과 20일 만에 또다시 재감염 돼 가장 짧은 기간에 2번 확진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말 델타 변이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됐지만, 올 1월에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됨으로써 서로 다른 2가지 변이에 감염됐다.

이 여성의 사례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되더라도, 또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 사례는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에 의한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부터 얻은 면역력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일생 동안 2번 이상 코로나19에 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재감염의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다. 새로운 변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spike)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한 번 걸려 항체(抗體)가 생겨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백신 접종은 물론 자연 감염의 효과도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과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의 유전자가 뒤섞여 만들어진 재조합 변이 XE와 XM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2차, 3차 접종 후 3-4개월이 지나면 감염 예방 효과가 50% 이하로 떨어진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의 감염 예방 효과도 4-6개월 정도 지속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 그동안 연구 결과다. 한편 코로나19에 의한 재감염이 생겨도 기존에 형성된 면역에 의해 가볍게 앓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재감염 중증화율(0.10%)과 사망률(0.06%)은 전체 확진자의 중증화율(0.27%), 사망률(0.12%)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결코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현황(4월 20일 0시 기준)은 신규 확진자 111,319명(국내 발생 111,302명), 위중증 환자 808명(전일대비 –26명), 사망자 166명(치명률 0.13%)이다. 주간 방역 지표는 확진자는 3월5주 2,142,383명, 4월1주 1,529,422명, 4월2주 1,043,695명이며, 위중증환자는 3월5주 1,077명, 4월1주 856명, 4월2주 840명, 그리고 사망자는 3월5주 2,312명, 4월1주 2,163명, 4월2주 1,797명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600만(4월23일 기준 16,830,469명)을 넘어섰다. 이 중 10-30%, 최대 500만명 정도가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에 대하여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 규모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명지병원이 최근 3주간 클리닉을 다녀간 환자 1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인당 코로나 후유증 증상이 1-2개인 경우 260건, 3-5개 353건, 6-9개 135건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증상은 기침으로 전체 증상 진단 2696건 중 826건(31%)을 차지했다. 그리고 전신 쇠약 349건, 기관지염 256건, 호흡 이상 233건, 식도염 212건, 위염 193건, 가래 이상 186건, 비염 154건, 코감기 86건, 갑상선 장애 82건, 두통 48건, 가슴 통증 21건, 폐렴(肺炎) 21건, 피로 증후군 19건 순이었다.

조사 대상 중 격리 해제 후 한 달 이내 병원을 찾았던 환자는 86%였으며, 그중 10일 이내 내원한 환자가 42%였다. 한 달 지나서 내원한 환자는 14%였다. 후유증 클리닉에 오면 문진표를 작성한 다음 심장, 폐, 간(肝)기능, 신(腎)기능, 염증 수치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이후 각 전문과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소견이 관찰되면 협진을 의뢰한다. 검사에서 큰 이상 소견이 없으면 염증 해소제, 해열제, 소화 개선제 등 약물 치료를 한다.

병원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코로나 후유증은 폐섬유증(肺纖維症, pulmonary fibrosis) 등 호흡기계 합병증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대부분 3-4일 정도 악화의 과정을 거쳤다가 증상이 호전된다. 조직 손상이 심했던 환자는 회복 과정에서 정상 호흡기 세포가 아닌 섬유화된 세포로 대체된다. 이는 폐섬유증을 의미하며,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장기간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전 단계에서 증상을 미리 잡아내고 예방적 치료를 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미크론 고비를 넘어서며 드디어 일상 회복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히는 등 최근 정부에서 잇따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행이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누적 사망자 수가 2만명(4월23일 기준 22,024명)이 넘고 고령자 치명률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적 선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백신 접종 70%를 달성하면 집단면역(集團免疫)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전염력과 치명률이 강한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무색해 졌고, 백신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하향세로 접어들자 정부 내에서 또다시 ‘집단면역’이란 표현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은 코로나 유행에 있어서는 허상(虛像)에 가까워 바이러스 변이가 나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전 국민의 약 40% 이상이 감염된 프랑스의 경우,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또다시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행세가 반등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즈음하여 방역 당국에서 권고하는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7대 방역수칙은 (1)60세 이상 고위험군은 4차 접종, (2)마스크 쓰기(밀집도 높은 장소에서 KF80 이상 착용), (3)기침은 옷소매에, (4)하루 3회 환기, (5)사적 모임 규모와 시간 최소화, (6)아프면 검사 받고 집에서 쉬기, (7)고령자 등 고위험군과 접촉 최소화하기 등이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거쳐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 까지는 방역 당국이 권고하는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은 4차 접종을 맞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SW

pmy@sisaweekl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