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임금과 나르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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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임금과 나르키소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4.2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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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참조
사진=구글 참조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듣고 들어 이제는 그저 흔한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다. 각종 동화책에 빠짐 없이 등장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1837년 출판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단편작으로 원제는 ‘임금님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이다.

새 옷을 좋아하는 좀 모자란 그리고 허영심이 가득한 임금의 비위를 맞춰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만들어 주는 두 명의 재봉사는 천재적인 사기꾼이다. 임금의 허영심을 재물로 삼은 탁월한 가스라이팅이다. 타인을 조종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잠재적 범죄자라 할 만하다.

임금이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자 임금을 칭송한 백성들도 이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지만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자 이 거짓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됐다. 나르시시즘, 물 속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다 죽은 소년 나르키소스의 행동을 빗댄 용어다. 프로이트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파라노이아(편집병)는 나르시시즘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벌거숭이 임금이나 나르키소스는 둘 다 이 범주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있다. 2018년 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 개선과 전쟁위협 해소, 한반도 비핵화 등의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가을에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신기루임이 드러났다. 김정은은 그저께 노골적으로 핵위협을 가했다. 북한은 지난 5년간 우리를 속이고 핵무기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늘 해오던 기만 전술이다. 뻔히 보이는데도 속아왔다는 것은 어리석거나 모자란 것이다. 상대의 믿음을 이용해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정치인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말려들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는 평화만 입에 올리는 대통령이나 “그러면 전쟁하자는 거냐(띄어쓰기)”고 윽박지르는 사람들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권력의 끝자락에서도 자화자찬만 하는 사람들은 벌거숭이 임금과 나르키소스의 친구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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