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곡물자급률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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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곡물자급률 19.3%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5.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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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식량안보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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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식량안보가 세계 여러 나라의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식량자급률(食糧自給率)이 50%를 밑도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穀物自給率)은 19.3%로 20%대가 무너진 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곡물자급률은 캐나다(192%), 미국(120.1%), 중국(91.1%)은 물론 일본(27.3%)에도 뒤처진다. 

자급률이란 필요한 물자를 자체로 공급하는 비율이다. 식량자급률(degree of food self-support)은 전 국민이 한 해 동안 다양한 형태로 소비하는 식량 총량 가운데 그해에 국내에서 생산한 식량의 총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0% 내외 수준이었으나,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농지(農地)전용 증가로 인한 농지면적 감소 현상 등이 더해져 2010년대에는 50% 이하로 하락했다. 

물론 쌀의 자급률은 최근 10년간(2008-2017) 평균이 96.4%이지만 보리, 밀, 콩, 옥수수 등을 포함하는 식량 전체의 자급률은 48.9%(2017년 기준)로 낮아진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쌀을 40만9000톤을 수입해야하는 의무가 있어 이 물량만 해도 연간 소비량의 10%에 육박한다. 이에 쌀은 자급하지만, 그 외의 식량작물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은 식량수급 측면에서 불안요소이다. 

곡물자급률(self-sufficiency rate of grain)이란 전년도 전체 곡물생산량을 금년도 곡물 총수요량으로 나누어 백분비로 산출한 비율을 말한다. 곡물 총수요는 ‘식량용+가공용(식용, 양조용, 기타)+사료용+종자용+감모(減耗)손실’로 구성된다. 국내 곡물 수요량(2019년)은 2104만톤이며, 밀의 경우 미국, 호주, 우크라이나 등 3개 국가에서 80%를 수입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 발전목표 이행현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곡물자급률은 19.3%를 기록하여 2010년 25.7%에 비해 6.4%포인트 하락하여 식량안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편 일본은 같은 기간 2.5%포인트 끌어올린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즉,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2000년 26.6%에서 2010년 24.8%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10년 동안 2.5%포인트 끌어올렸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쌀 자급률도 2015년 101%에서 2020년 92.8%로 감소했다. 반면 일본은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밀 자급률을 3%에서 10%대까지 끌어올렸다. 

낮은 곡물자급률의 가장 큰 문제는 나라 안팎의 요인에 따라 우리 국민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돈을 지불하고서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 주요 곡물 생산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뇌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곡물 값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또한 전쟁으로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전 세계가 곡물 파동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 선물가격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75.3%, 33.9%나 치솟았다. 이로 인해 물가와 사료값 등이 상승하여 농가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밀(wheat)은 전세계 인구의 35%가 주식으로 먹는 곡물이므로 밀 수급위기는 많은 나라의 식량위기로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제2의 주식인 밀 자급률이 0.7%, 사료용 수요가 큰 옥수수 자급률은 3.5%일 정도로 곡물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국제 식량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마저 가뭄으로 밀 흉작(凶作)이 예상되면서 식량위기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세계 밀 수출 1위는 러시아이며, 우크라이나는 5위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두 나라의 농작물 파종(播種)에 차질이 빚어져 곡물가격 상승세가 심화될 수 있다. 또한 농지(農地)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농지 일부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 곡물은 세계시장에서 수요가 많지만 국내 업계에 먼저 공급해야 한다”며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올해 연말까지 밀, 귀리, 수수, 육류 등의 수출을 금지 조치했다.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AO Food Price Index)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199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 수입 가격 상승은 곧바로 우리나라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2년 동안 50%가량 상승했다. 최근 국제 동향을 살펴보면 의식주(衣食住), 특히 ‘食’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국제 식량 수급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식량안보, 애그플레이션(agflation: agriculture와 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이 연일 화두가 되면서 해외농업개발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우리 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세계 농업영토’ ‘지구촌 농지’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에 제정된 ‘해외농업 개발협력법(현 해외농업·산림자원 개발협력법)’은 해외 곡물유통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식량공급 기반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해외농업개발은 민간이 주도하되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등 관련부처가 지원해야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곡물과 식품 원료 가격 급증세가 국내 물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수입 팜유(palm oil) 가격이 톤당 14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전 코로나 팬데믹 초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배 가까이로 뛰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4월 28일부터 자국 내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용 팜유와 팜유 원료 물질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팜유 가격은 앞으로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콩기름, 카놀라유(canola油), 해바라기씨유 등의 글로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체재인 팜유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 것이다. 팜유는 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라면, 과자를 튀길 때 주로 쓰이고, 초콜릿에도 들어간다. 그리고 비누, 화장품 제조에도 쓰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한 슈퍼마켓에는 ‘식용유 구매를 고객당 3개(3 per customer)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국산업규격(KS)에서는 팜유를 팜의 과육으로부터 채취하여 정제한 식용 팜유로 정의하고 있다. 팜유 국제가격(t당)은 113만원(2021.4.27.)에서 183만원(2022.4.26.)로 상승했으며, 국내 수입량(6만2192t) 중 인도네시아에서 3만5283t(57%), 말레이시아에서 2만6865t(43%)를 수입했다.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itute) 관계자는 블룸버그(Bloomberg)통신 인터뷰에서 “다음 작기(作期, cropping season)에 아시아지역 쌀 수확량이 10% 감소해 전세계 5억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3600만톤에 달하는 쌀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쌀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가격이 두세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미작연구소(IRRI)는 세계 최고의 쌀 연구 기관으로 1960년에 포드(Ford)와 록펠러(Rockefeller) 재단이 필리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독립적인 비영리 연구 및 교육기관이다. 필리핀 로스 바뇨스(Los Banos)에 본부를 둔 이 연구소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17개 쌀 재배 국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세계 전역에 천여명의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며, 쌀 품종 129,59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5일 기준 산지(産地) 쌀값은 20kg 한포대당 4만8464원으로 지난해 수확기(5만3535원)보다 9.5%, 지난해 같은 때(5만5730원)보다는 13% 낮다. 이에 산지 쌀값이 4만5000원대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쌀값은 직장인이 하루에 마시는 커피 두잔(9400원)값이 22일치 쌀값일 정도로 낮다. 

국민의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산 과잉은 곧바로 쌀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곡관리법(糧穀管理法)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면 정부가 남는 물량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초과생산량이 27만톤으로 생산량의 3%인 11만6000톤을 크게 웃돌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당정협의로 초과생산 쌀을 전량 격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즉 20만톤은 올 1월 우선 격리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나머지 7만톤을 추가 격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1차 격리에서 역공매 방식의 최저가 경쟁 입찰을 진행한 탓에 목표량인 20만톤에 휠씬 못 미치는 14만5000톤만 낙찰됐다. 농협은 쌀값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6-7월에 10만톤 추가 격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농협은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생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올해 논 3만2000ha 면적에 타작물재배를 추진하되 1ha당 300만원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상(추경)이 1000억원은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0년을 기점으로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1년부터 논에 벼가 아닌 타작물을 재배할 때 1ha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쌀 식량자급률 하락 등을 이유로 사업규모를 당초의 4분의 1 이하로 크게 축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농림어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기준 농가수는 103만1000가구로 전년에 비해 4000가구가 줄었다. 농가 인구수는 221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인구 대비 농가인구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은 67.2세로 전년보다 1.1세 증가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高齡化)도 심각하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6.8%에 달하여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17.1%)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농가당 평균 가구원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평균 가구원수는 2.1명으로 나타났으며, 가구원수로 보면 2인가구가 58만6000가구로 전체 농가에서 56.8%를 차지했으며, 1인가구는 21만8000가구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한편 앞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갈 청년농(靑年農)은 찾아보기 힘들다. 40세 미만 청년농은 31만2000명으로 겨우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40만명을 웃돌다 2018년 30만명대로 감소한 이후 이제는 30만명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특히 경영주가 40세 미만인 농가수는 8000가구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되므로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평균 가구소득은 5924만원이다. 한편 농가소득은 4502만원으로 평균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76% 수준이다. 그나마도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을 통한 소득은 1182만원으로 농가 전체 소득의 26.2%이다. 이에 농민소득은 농업외소득에서 1660만원(36.8%), 이전소득(보조금 등), 비경상소득(경조수입 등) 등에서 나왔다. 이는 과연 농업은 돈이 되는 직업일까 하는 회의가 든다. 

농업소득은 농지(農地) 면적에 절대적으로 비례한다. 농가가 농지 면적을 늘리면 농업을 통한 소득이 해결되지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 과제들은 농지 가격 현실화, 경지정리사업 확대 등이다. 세계 3대 곡창지대 가운데 한곳인 미국 팜벨트의 농지 가격은 우리나라의 20분의 1 수준이다. 현재의 농업은 규모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현실에 맞는 경지정리사업이 필요하다.

식량공급이 불안정할 때 생기는 결식 및 영양불균형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문제는 국민건강영양조사(國民健康營養調査)에서도 나타난다. 2019년 기준 식품 안정성 확보가구 비중은 평균 96.5%에 달했지만 소득수준 하위가구만 조사하면 87%로 차이가 컸다. 전체 가구와 하위가구의 격차는 2016년 6.6%포인트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절대적 기아(飢餓)문제는 대부분 해소됐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양질의 먹거리 보장은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자주국방(自主國防, self-defence)만큼 식량주권(食糧主權, food sovereignty) 확보도 중요하다. 이에 관련부처에 식량 위기 관리부서를 가동하고 쌀과 감자·고구마 등 서류(薯類) 소비 확대, 사료·식품 기업을 비롯한 민간 비축 강화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먹는 것만은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밥을 꼭 챙겨 먹는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불안정한 국제 식량 수급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농민과 농촌이 없다면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목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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