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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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봉이 김선달’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06.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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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와 중국 장백현을 가르는 압록강에서 물을 길러 가는 북한 주민 위로 국경초소가 보인다. 사진=시사주간 DB
양강도 혜산시와 중국 장백현을 가르는 압록강에서 물을 길어 가는 북한 주민 위로 국경초소가 보인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조선 말기 평양부에 살았다는 희대의 사기꾼을 말한다.

김선달 사기의 절정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사기 사건이다. 그는 대동강 물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바람잡이인 물장수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물을 퍼 갈 때마다 돈을 돌려받았다. 상인들에게 이를 보여주며 바람을 잡고 이들에게서 대금 수천 냥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후 상인들이 대동강 물세를 거두려다가 물을 퍼 가는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았다는 얘기다.

요즘 북한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중 국경 양강도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대 비상방역체제가 되면서 압록강 물을 길어다 먹는 것도 하나의 전투가 됐다. 식수는 물론 빨래까지 압록강 물을 길어다 쓰는 국경연선 주민들은 코로나로 이용시간이 제한되자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인민반별로 물을 길어오는 시간은 오전 7~9, 오후 2~4시 하루 2차례로 제한되면서 강 가까이에 있는 주민들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게 됐다. 특히나 안전부규찰대와 국경경비대 등 2중 경비에 막혀 강가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주민들이 강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초소를 통과할 때 공민증을 맡겨두었다가 나오면서 찾게 만들어 탈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시간에 쫓겨 물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물을 많이 쓰는 밀주 장사꾼들은 경비대원과 안전원들에게 술이나 담배 또는 돈을 줘야 물을 가져갈 수 있게 해 그야말로 강물도 돈 주고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조선시대 평양은 풍수지리적인 이유로 우물이 없었고, 대동강 물을 길어서 생활하는 게 기본이었다. 만약 상인들이 평양의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김선달의 사기행각을 보고 다시없을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생각해 낚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평양 사람들의 생명 줄을 거머쥐는 것이어서 노다지를 만나는 일이다.

혜산 등 국경연선 주민들도 부실한 상수도 때문에 압록강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코로나를 핑계로 통제를 하면 할수록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최근 탈북민 입국이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김정은이 탈북자에 대한 사살 명령(shoot-to-kill orders)’을 포함한 국경 경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코로나19를 권력 장악력을 강화하는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국경경비대만 매수하면 됐지만 지금은 23중으로 경비를 강화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코로나를 핑계로 국경 주민들을 더 옥죄는 것은 봉이 김선달행각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민들은 수군거리고 있다. 압록강 강물을 사 먹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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