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판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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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판례 촉각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2.07.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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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등록부정정 재항고 사건 전합 회부
11년 만에 다른 판단 내놓을지 주목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표기된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이 지난 2006년 처음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받아들인 뒤 허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문턱은 높다.

특히 대법원은 이미 결혼을 했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엔 성별정정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한 바 있는데, 11년 만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다시 검토하게 됐다. 그동안 사회 분위기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A씨가 낸 등록부정정에 관한 재항고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A씨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으로 살고 있다. 그에게는 지난 2012년 낳은 자녀가 있는데, 가족관계등록부에 표기된 자신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 달라며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했다.

법원은 과거 대법원 전합 판례를 들어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합은 2011년 A씨와 비슷한 사건에 관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성전환자가 결혼을 한 상태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성별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전합이 주목한 건 부모의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에게 미칠 영향이었다. 미성년 자녀로선 부모의 성별이 바뀌게 되면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노출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동성혼을 두고 견해가 분분하지만 사회적으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학교에 간 미성년 자녀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제출해 담임교사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차별을 당할 수 있는데, 자녀를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건 친권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해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요청"이라고 했다.

즉, 과거 전합은 민법상 핵심 원칙인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용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전합 결정 취지에 따라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예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이 있을 때 참고하는 지침으로, 신청인에게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이 11년 만에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용 여부를 재판관 전원이 모인 회의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동성혼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과거 대법원 판례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선 과거 대법원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는 목소리도 있다.

윤진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최근 있었던 일본 최고재판소의 결정 중 일부 재판관의 반대 의견에 주목한다.

우가 카츠야 재판관은 미성년 자녀가 혼란이나 충격에 빠지는 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성별을 정정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그 전에 부모가 외적으로 성별을 바꿀 때 혼란을 겪는 것이지, 성별정정은 이미 바뀐 성별을 일치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 때문에 부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꾸지 못한다면 미성년 자녀로선 더 큰 심적 고통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윤 교수도 이 같은 우가 재판관의 견해와 비슷한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는 미성년 자녀가 차별에 노출되는 건 성별정정 결정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부모가 성별을 정정하지 못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역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이라는 의견도 갖고 있다.

전합은 지난 달부터 이 사건을 심리하는 중이다. 이제 막 심리에 착수한 터라 선고 시점을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논의 상황에 따라 다시 소부로 재배당돼 선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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