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넘는 수상한 해외송금···남은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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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넘는 수상한 해외송금···남은 의문점들
  • 유진경 기자
  • 승인 2022.07.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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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1년간 십여 개 은행 지점서 4.1조원 외환거래 발견
단기간에 걸쳐 여러 법인 통해 홍콩·일본·미국·중국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4조원 투자 주체는 누구
가상화폐 환치기, 자금 세탁, 은행 공모 가능성 등 제기돼
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유진경 기자]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여러 법인을 거쳐 특정 국가로 송금된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이른바 '김치프리미엄' 차익을 노린 '가상화폐 환투기'에 대한 정황이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4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매매한 주체가 도대체 누구냐는 것이다. 단순히 투기꾼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특정세력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환치기'가 은행 공모없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은행 직원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거액 해외송금에 대한 은행 검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현재까지 우리은행·신한은행 등 2개 은행에서 총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흐름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여러 개인·법인→무역법인→ 해외법인 등으로 이뤄졌다. 중간다리 역할을 한 법인은 귀금속 업체, 여행업 등 다양했다. 해외법인은 홍콩·일본·미국·중국 소속이었다. 특히 거래규모는 홍콩이 25억달러(3조2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4억달러(5200억원), 미국 2억달러(2600억원), 중국 1억2000만달러(1500억원) 순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통한 환치기가 이뤄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 법인들은 자금조달 역할을 하는 페이퍼컴퍼니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립된 지 약 1년이 된 작은 기업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일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수상한 외환송금의 자금흐름을 개괄적으로 파악했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4조원의 주인이 도대체 누구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 흐름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 이전의 자금 흐름은 금감원이 물리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에서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투기 수요가 많았다는 점에서, 자금의 주인이 단순 국제적 투기꾼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4조원의 자금이 홍콩, 중국 등 중국계로 많이 빠져나간 만큼, 중국계 자본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출처가 중국계 자본인 점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자금이 홍콩과 중국으로 빠져나갔다고 해서 거기가 종착지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자금 세탁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 가상화폐가 자금 세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에서 정치인을 자금세탁 위험 우려가 큰 직업군 4단계 중 3번째 등급으로 분류해놓기도 했다. 또 미국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행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은행 공모 여부도 풀어야할 숙제다. 4조원대의 대규모 거래가 일어난 만큼, 은행 내부에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대규모 외환거래를 해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이러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추정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외환업무 취급이나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은행 직원이 고의로 방조하거나 공모해서 도와줄 수도 있다. 반면 기본적으로 할 건 다 했는데 실수로 서류를 미흡하게 처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W

y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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