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작가 유소정 "아이들은 냉정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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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유소정 "아이들은 냉정한 독자"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2.09.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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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스토리킹 공모전 수상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 출간
작가 유소정이 서울 강남구 비룡소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작가 유소정이 서울 강남구 비룡소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아이들은 가장 냉정한 독자예요."

동화 작가 유소정(29)은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로 2022 스토리킹을 수상했다. 비룡소에서 진행하는 스토리킹 공모전은 100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직접 참여해 수상작을 뽑는다. 유 작가의 책은 “밝으면서도 어둡고,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을 주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어린이 심사평을 들었다.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는 가상현실과 현실세계를 오가는 모험 이야기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가상현실로 숨어든 예지가 의문의 인물 헬멧 보이를 만나 펼쳐지는 성장을 담았다.

어른이 쓴 동화는 어떻게 탄생할까?

 유소영 작가를 비룡소 출판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린이 독자는 어른들보다 진지하고 솔직하고 냉정하다"  

  
24살부터 어린이책 쓰기를 시작한 그는 여전히 철이 없다고 자부한다. 엉뚱한 상상을 자주 하고 회사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어린이책을 읽는 것이 재밌고 초통령 유튜브 '잠뜰 TV'도 즐겨본다.

그는 어린이 독자가 "성인 독자보다 때로는 진지하고 더 솔직하고 가장 냉정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성인 독자는 싫은 티를 내지 않고 책을 읽지 않으면서도 읽는 척하기 일쑤지만 아이들은 그러는 법이 없어요." 첫 책을 내고 혹평한 독자가 있는가 하면 학교 행사에 가서 보면 따분한 표정을 짓는 독자도 마주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죠."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대학교를 다닌 그는 대학 시절부터 글쓰기를 했지만 처음부터 어린이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어린이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영어 도서관' 학원에서 일하게 되면서다.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어린이책에 관심을 두게 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성인 문학에 도전하던 그에게 학원에서의 2년은 어린이책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 뚜렷한 해피엔딩"


2018년부터 어린이책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분야다. 저학년(1~2학년), 고학년(3~6학년), 청소년 문학으로 분야가 나뉘고 문법도 다르다. 어린이책인 만큼 수위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어야 해요."

작가는  "권선징악이나 주인공이 부자가 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이 뚜렷한 결말이다. 세상에 희망이 있고 바른길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도 그런 기준에서 만들었다. 

어린이 코딩 교육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작가는 초등학생들이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기에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실제 초등학생이 겪은 피해 사례를 접하며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의 주인공 예지도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진짜'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양쪽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혼란을 느낀다.

"현실은 실망스럽다.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보다 좋아하지만 노력한 만큼 되지 않는 일을 붙든 채 쉽게 저리는 두 다리를 뻗고 진짜 피가 흐르는 두 손은 휘저으며 살아가야 한다. 아프고 힘들다. 외로울 때도 있다."('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 본문 중에서)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는 괜찮을 거야"


유소정은 자신의 독자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고 성숙한 존재"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이야기를 마냥 착하게, 순하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가 상상하는 자신의 독자는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는 조금 거만하다고 할 만한 모습"이다.

"나는 어른들이 하는 말이 어느 정도 거짓말인 걸 알고 있어. 그렇지만 속아주는 척 하는 거야. 왜냐면 내가 속아주는 척 하지 않으면 짜증을 낼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독자를 상상해요."

그래서 "그래도 너는 괜찮을거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앞으로도 어린이책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늘 듣는 '철이 없다'는 소리가 오히려 동화책 작가에 제격이라는 확신이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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