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맞선 '챔피언'들, 노벨평화상 수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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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맞선 '챔피언'들, 노벨평화상 수여되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10.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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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사진=AP/뉴시스)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올해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우크라이나의 인권 단체인 '시민자유센터(이하 CGS)'와 러시아 인권 단체 '메모리얼', 그리고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를 선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와 맞서 싸우는 투사를 평화의 상징으로 선정한 것이다.

비알리아츠키는 벨라루스의 독재자인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과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잔혹한 탄압에 맞서 벨라루스의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20년 루카셴코 대통령이 자신의 6연임이 가능하도록 선거를 조작했다는 야당의 발표가 나오자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현재도 수감 중에 있다. 

그는 탈세 혐의로 2011년 체포되어 약 3년간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고 지난해에도 탈세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유럽 내에서는 사실상 이 혐의가 '조작'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인권단체인 CGS는 우크라이나의 인권과 완전한 민주화를 위해 설립된 것으로 2007년 창립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롬반도의 정치적 박해를 감시하고, 크렘린의 정치범들을 석방하기 위한 국제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의 전쟁범죄 및 민간인 학살 등을 문서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또 러시아 인권 단체 메모리얼은 러시아의 대표 인권 감시기구로 1987년 설립 이후 구 소련 당시 투옥 및 처형되거나 박해를 받은 무고한 이들의 기억을 되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푸틴 집권 초기에 벌어진 남부 체첸공화국에 대한 러시아와 친러시아 체젠 세력의 잔학한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을 증거와 함께 기록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14년 메모리얼을 해외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외국 에이전트'로 지목하고 이를 빌미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을 통해 폐쇄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초 평화상 발표가 나기 전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또 이보다는 확률이 낮지만 푸틴과 대척점에 서며 인권 운동을 하다가 독살당하기 직전까지 놓였던 알렉세이 나발니, 2020년 루카셴코와 대선에서 맞붙은 뒤 리투아니아로 강제 추방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의 수상 가능성도 거론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대척점에 선 인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측대로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 전달 방식은 특정 지도자가 아닌,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위해, 러시아를 위해, 벨라루스를 위해 싸워온 이름없는 사람들과 고난받는 투사에게 상을 주는 것이었다. 노르웨이 선정위원회는 "인권과 민주주의, 인접국 간의 평화공존을 헌신적으로 주창한 챔피언"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0회 생일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위원회가 푸틴에게 제대로 생일선물(?)을 날렸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결국 이번 노벨평화상 선정은 민주화와 인권 운동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민중의 노력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민중이 세계사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전쟁을 일으킨 이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챔피언'들이 이끌어갈 평화의 앞날을 우리는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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