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투기 150대 동원’...전문가들 “조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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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투기 150대 동원’...전문가들 “조작됐다”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10.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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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사진 실제 비행하는 수 보다 많도록 변조
전투기 거리-높이 다른데 같은 크기-동일한 화소
실제론 40여대... 연료부족 등으로 추락한 경우도
북한이 지난 8일 전투기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훈련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변조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RFA
북한이 지난 8일 전투기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훈련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변조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RFA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이 최근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훈련에 나섰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선전 목적으로 사진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RFA가 15일 보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전투기 15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했다고 10일 보도하고 총 17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독일 험볼트-엘스비어 연구소(Humboldt-Elsevier Advanced Data & Text Center)의 사진 분석 전문가 토스튼 벡(Thorsten Beck) 박사는 북한이 공개한 전투기 관련 사진이 실제로 비행하는 전투기 수보다 더 많아 보이도록 변조됐다(digitally altered)는 데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중앙통신의 사진들을 직접 조사하고 사진 복제를 인식하는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본 결과 공통으로 발견되는 사진 변조 증거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벡 박사는 일부 사진에 나온 전투기들의 유사성이 매우 두드러진다각기 다른 거리와 높이에서 비행 중임에도 같은 크기인데다 거리에 따라 전투기의 모양이 흐릿하거나 분명한 차이 없이 동일한 화소라는 것에서부터 의심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투기는 동일한 각도에서 동일한 빛을 받은 완전히 같은 전투기처럼 보인다면서 사진에서 한 전투기를 복사해 여러 번 붙여 넣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진에서 가져와 붙여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분석사진을 보면 한 전투기를 복제해 12대로 늘렸고 다른 전투기 2대도 복제해 그 수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벡 박사는 또 다른 증거로 과하게 연출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예로 들었다. 실제 전투기의 훈련 모습을 촬영한 게 아니라 일부러 예술적으로 꾸며 더 극적으로 보이도록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벡 박사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원본 사진의 크기가 작고 해상도도 낮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분석 전문가들은 전투기 사진이 실제 비행하는 수 보다 더 많아 보이도록 조작했다고 분석했다. 사진=RFA
사진 분석 전문가들은 전투기 사진이 실제 비행하는 수 보다 더 많아 보이도록 조작했다고 분석했다. 사진=RFA

그는 사진 파일 안에 메타정보, 즉 사진을 찍을 당시의 촬영 환경을 설명하는 세부적인 정보가 유실됐고, 다각도에서 전투기의 형태를 확인할 더 많은 사진이 없어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벡 박사는 사진을 분석할 때는 상황과 문맥을 고려해야 한다이 사진들은 북한 공군의 전력이 아주 강력하게 보이길 원해 배포한 선전용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항공전문지 애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매튜 조우피(Matthew Jouppi) 수석 분석가(senior analyst)는 북한의 항공 전력을 고려하면 이 사진들이 조작됐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기 100대가 동원되는 미국의 레드 플래그 훈련과 같은 대규모 군사 훈련을 주최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뿐이라며 설령 북한이 주장하는 공군 훈련이 실제였다 하더라도 한미 양국은 증가한 북한의 상공에서의 활동을 감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공군과 한국 공군은 모두 보잉 E-3 센트리, E-737등을 기반으로 북한 영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수집 능력과 공중 이동 표적 확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우피 분석가는 권위주의적인 체제에서 군사력은 종종 정권 내에서 내부 통제와 신뢰를 쌓는 데 쓰인다이 사진들의 배포 목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국내용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훈련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40여 대에 불과하고 일부는 연료 부족 등으로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한 채 추락한 전투기까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 안보 소식통은 북한의 ‘150대 훈련보도에는 과장이 많다구형 미그기와 무장이 없는 훈련기까지 긁어모아 40~50대 정도를 띄웠으며 4대는 연료 부족으로 정상 비행을 못했고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실전 훈련을 자주 하지 못한 탓에 편대 비행 등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내부 선전을 위한 과장이 많고 곳곳에서 허점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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