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삶 좌우하는 델라웨어주 여 판사
상태바
일론 머스크 삶 좌우하는 델라웨어주 여 판사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2.10.27 12:53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위터 인수 이행 강제 판결 이어
머스크 '과도한 보수' 소송도 관장
미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 판사들. 아래줄 가운데가 수석판사인 캐서린 맥코믹판사다. 사진=미 형평법 법원 홈페이지 참조
미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 판사들. 아래줄 가운데가 수석판사인 캐서린 맥코믹판사다. 사진=미 형평법 법원 홈페이지 참조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의 캐슬린 맥코믹 수석 판사가 좌충우돌하는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가 28일까지 트위터사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명령했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재판을 열 것이라고 덧붙이면서다.

맥코믹 판사는 다음 달 머스크와 관련된 다른 재판도 주재할 예정이다. 테슬라 주주가 머스크가 과도한 임금을 받았다면서 제기한 소송을 다루는 재판이다. 머스크가 받은 테슬라 주식은 현재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약 71조원)에 달한다.

맥코믹 판사는 또 테슬라 주주 3명이 머스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재판이 열릴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여성 맥코믹 판사가 갑작스럽게 머스크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맥코믹 판사는 기업 인수 합병과 기타 분쟁을 최종 재판하는 230년 된 법정을 책임진다. 그는 트위터 인수 소송과 관련해 매우 기민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왔다. 이달 초 시작 예정이던 트위터 관련 소송을 1개월 늦춘 건 법률 세계에서 융통성과 실용주의를 보여준 처분으로 평가받는다.

머스크를 대리하는 법률회사 스카든 아프스 출신의 한 은퇴 변호사는 “놀라운 결정이지만 재판이 종결되면 맥코믹 판사는 영웅이 될 것이다. 머스크가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니까”라고 했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와 영어 교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맥코믹 판사는 델라웨어주내 인구 1만3000명의 작은 도시 스미르나에서 성장했다. 젊은 시절 소프트볼팀에서 1루수로 활동하면서 고등학교 풋볼팀을 운영했다. 그는 성범죄자로 잘못 기소된 앨라바마 시골 마을의 흑인 청소년 사건을 다룬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을 특별히 좋아한다.

고향 스미르나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철학학사학위를 받았고 노트르담 법과 대학원을 나왔다. 지역법률구조협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정 폭력 희생자를 변호했다. 2007년 델라웨어주 최대 영 코너웨이 스타가트 앤드 테일러 법률회사에서 기업 담당 업무를 했다. 2018년 존 카니 델라웨어 주지사가 맥코믹 판사를 주 고등법원인 델라웨어 형평법원 차석 판사로, 지난해 수석판사로 지명했다.

포춘지 500대 기업의 3분의 2를 포함한 180만개 기업이 델라웨어주에 등기돼 있으며 이들이 제기하는 소송은 모두 델라웨어주에서 열린다. 트위터사도 등기돼 있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머스크를 상대로 인수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속 법원 7명의 판사 중 사건 선택 우선권을 가진 맥코믹 판사는 주목도가 높은 기업 소송 대부분을 관장해왔다. 지난 9월 공판에서 머스크측 변호인들이 트위터 내부 고발자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 연기를 요청하자 맥코믹 판사는 지난 4월에 맺은 트위터 인수계약에 따라 하도록 돼 있는 자산실사 작업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머스크측 변호인이 계약 전에 내부 고발자가 나올 것임을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만 실사작업이 없었다”고 말했다.

맥코믹 판사는 공판에서 머스크가 문자와 시그널 앱을 통해 보낸 메시지를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을 따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위터측 변호사가 머스크와 투자은행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 사이에 주고받은 일방적인 문자 메시지를 폭로한 뒤다. 당시 은행 측에서 보낸 질문에 머스크는 8분 뒤 “알았다‘고 답한 메시지가 누락됐었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가 텔레파시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 내용에 증거가 담긴 것으로 볼 것“이라고 판결문에 썼다. 델라웨어 법과대학원 로런스 해머메시 교수는 ”맥코믹 판사는 분명 앞뒤가 안 맞는 대목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도록 양측의 치열한 다툼을 관장해온 맥코믹 판사는 이달 들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재판을 연기하도록 해 달라는 머스크측 요청을 받아들여 28일까지 3주 연기한다고 밝혔다. 보스턴법과대학원 브라이언 퀸 교수는 2주 뒤까지 원고와 피고 모두 재판 재개에 대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맥코믹 판사가 항소 가능성을 계산해 시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머스크측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 판사가 너무 몰아부쳤다며 항소할 것을 감안해 거꾸로 피고측이 소송을 서두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맥코믹 판사는 인수자가 인수를 거부해 제기된 소송에 익숙하다. 영 코너웨이 스타가트 앤드 테일러에서 일할 당시 2008년 금융위기로 무산된 인수합병 거래를 많이 다뤘다. 사모 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자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와 화학회사 헌츠먼을 합병하기 위해 맺었던 계약을 파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이후 기업 인수합병 계약에 큰 교훈이 됐고 트위터도 머스크와의 계약에 적용했다. 매도자가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헌츠먼 사건 이후 기업 인수합병 계약에 매수자의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특별조항“이 여럿 포함되고 있다.

맥코믹 판사는 팬데믹 발생 이전에 사모 펀드 콜버그 앤드 컴패니가 케익 유통회사를 인수키로 한 계약을 팬데믹으로 수요가 감소한 점을 들어 파기하려는 것을 막는 판결도 내렸다. 콜버그는 인수자금 융자가 불가능해졌다며 계약을 취소하려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게 28일까지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신뢰를 잃게 돼 11월에 열리게 될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행 요구 소송은 당초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조섭 슬라이트 3세 판사가 담당했으나 그가 은퇴하면서 맥코믹 판사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한 지난 1월12일 자신이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툴레인 법과대학원 앤 립턴 교수는 머스크가 맥코믹 판사와 여러차례 충돌했기에 ”머스크로선 반가울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와 달리 매우 냉철하다“는 것이다. SW

hy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