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이보배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인도했다.
퇴임 전 대통령기록관과 맺은 협약의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문 전 대통령 측이 밝힌 '반환'의 이유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입법예고까지 된 시행령 개정안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련 부처들과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풍산개를 돌려보내겠다는 결정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이 한 것이지 저희와는 무관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 측에서 들고 나온 '풍산개 반환' 문제는 여야의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여당 측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비난하는 포인트는 '사룟값'이다. '본인 강아지 사육비를 국민혈세로 충당하느냐', '속으로는 사룟값이 아까웠나'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논리적으로는 문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맞다.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선물은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풍산개는 문 전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 또 국가소유물을 위탁 관리하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선택에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6개월이 다 되도록 시행령 개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산개를 반환했다.
풍산개들은 2018년 김 위원장에게 선물 받아 문 전 대통령이 무려 4년째 키운 '반려견'이다. '국가소유물'을 운운하며 반환할 것이었다면, 법령이 미비한 것을 알았을 때 애초에 풍산산개들을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다.
시행령 개정이 되지 않은 점이 풍산개 반환의 이유라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을 믿고, 시행령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을까.
4년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정부 측이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된다", "쿨 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라는 표현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파양'이라는 표현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파양이라는 말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면서 "파양이라는 단어가 성립하려면 분양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국가소유물이기 때문에 분양 대상 자체가 아니라 위탁 관리로 봤다"고 말했다.
입양이나 분양 받아 키운 것이 아니니 '파양'이 아니라는 논리인 것 같은데 생명체 관점에서 보면 짜증나는 논리다. 분양이든 입양이든, 유기견을 길거리에서 데려왔든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책임감이다.
그 책임감을 다 하지 못하고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파양'이 아니면 대체 뭘까.
이 와중에 새끼 다운이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운이는 문 전 대통령이 예전부터 기르던 풍산개 '마루(수컷)'와 이번에 반환된 '곰이(암컷)' 사이에서 지난해 태어났다.
일부 매체는 다운이는 김 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반환하지 않고 문 전 대통령 측이 자비를 들어 키운다고 보도했다.
하루 아침에 모견 곰이와 이별하게 된 다운이는 또 무슨 죄인가.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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