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GPS 장치로 위치확인...80~90%가 목표 도달
北에선 한국영화 1편보면 5년 징역형 포고문 선포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이 올해 북한에 이동식 저장장치(USB) 2000개를 보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0일 보도했다.
휴먼라이츠재단은 올해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란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에 플래시 드라이브와 SD카드 등 2000개의 USB를 보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이성민 씨는 “탈북자 주도의 현지 단체들과 협력해 이런 활동을 진행했다”며 “저장장치 하나를 북한 주민 10명이 공유하는 것으로 추산해 보면 2만명의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접근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씨는 “저장장치에는 영화, 다큐멘터리, 탈북민들이 만든 콘텐트, PDF 파일로 된 읽을거리가 포함된다”면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태양의 후예’,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 ‘탑건’과 ‘타이타닉’ 등을 예로 들었다.
재단 측은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국경봉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조치 등으로 인권단체들의 활동에 어려움이 크지만, 플라스틱 물병에 생필품과 USB를 넣어 강에 띄워 보내는 방식의 차선책을 통해 대북정보 유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해당 협력단체가 물병에 소형 GPS(위치정보시스템) 장치를 넣어 물병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험을 통해, 강으로 흘려보낸 물병의 약 80~90%가 목표 지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러한 차선책이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 환경에서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재단이 지난 2016년부터 북한에 보낸 이동식 저장장치는 총 13만개에 달한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2009년 탈북한 이 씨는 이런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통해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속돼온 박탈과 억압의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 정보가 하루아침에 혁명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정보로 힘을 실어주는 것은 북한이 더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사회가 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당국은 최근 공개비판 모임을 개최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유포할 경우 노동단련대형에서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당국의 포고문이 선포됐다.
양강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남한, 미국, 일본영화 1편을 보다가 걸리면 5년 징역형, (드라마)10부작으로 된 연속극 1개를 보면 영화 10개를 본 것으로 취급해 무기징역형에 처한다고 선포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나 노래는 무조건 개당 5년 징역형이고 특수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선포했는데 여기서 일반 징역형과 무기징역의 차이는 불법영화를 10개 이상 보았을 때, 남조선 영화, 드라마를 메모리(USB)로 유포했을 때, 5명이상이 모여서 함께 시청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SW
ysj@economic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