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3도 혜산시···‘아궁이 동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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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3도 혜산시···‘아궁이 동거’를 아십니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01.3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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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좀 녹이자’ 남의 집 찾아가기 '일쑤'
돈 없어 땔감-석탄구매는 엄두도 못내
병원은 석탄운반 못 하면서 강제 퇴원
북한 량강도 혜산 주민들은 지난해 보다 더 추운 날씨로 인해 꽃제비 동사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 량강도 혜산 주민들은 지난해 보다 더 추운 날씨에 꽃제비 동사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진=시사주간 DB

#2023년 1월 24일. “여기 혜산은 추워서 꼼짝도 못합니다. 눈도 많이 왔고, 먹는 것도 그렇지만 땔감 걱정까지 겹치면서 난방은 어떻게 할지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이라 사람들이 배로 힘들어합니다. 문 두드리면서 ‘몸 좀 녹이자’고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듭니다. 문 안 열어줄 수도 없고 땔감 사려고 밥을 못 먹으니 깡말라 버립니다.”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아시아프레스는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지난 24일 밤 연락을 취해왔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혜산시는 영하 33도까지 내려갔다.

◇ “작년 겨울보다 더 힘들다”


북한에는 ‘아궁이 동거’라는 말이 있다. 연료를 제대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겨울에만 한 집에 동거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모두 연료 대부분을 석탄이나 장작으로 산다. 한때는 저렴한 국가 배급 석탄이 있었지만, 1990년대에 거의 사라지고 장사꾼으로부터 현금으로 사는 것이 일반화됐다.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김정은 정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인해 경제 불황이 심각해져 서민 대부분이 장사가 안되고 하루 벌이 노동 기회를 잃어버려 현금 수입이 격감했다. 노인 가구 등 취약층에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취재협력자는 “석탄 1톤에 130위안(북한 원, 약 14만9500원)인데 톤 단위로 사는 사람이 없다”며 “나무도 장작 5개에 1400원(약 169원)하고, 돈이 돌아야 구매하든 하겠는데 돈도 없고 작년 겨울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 ‘꽃제비’ 동사 사건 발생


1월 대한 한파 때 혜산시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5층 건물 건설 현장에서 꽃제비 아이 2명의 동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취재협력자는 “빚 때문에 집을 뺏기고 창고나 역사에서 사는 ‘꽃제비’가 늘어나자 안전국(경찰)에서는 매일 같이 잡아 수용시설에 넣지만 제대로 식사를 주지 못하니까 또 도망치고 그런 아이들이 밖에서 자다 얼어 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당국 내에서도 문제가 돼 혹한기에는 안전원이 꽃제비를 임시로 여관에 데려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병원도 난방이 없어 강제 퇴원을 시키고 있다.
혜산시 협력자에 따르면 연초부터 상급병원인 양강도병원, 혜산시병원에서도 석탄을 조달하지 못해 중증이 아닌 입원 환자를 강제 퇴원시켰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아 당국이 석탄을 운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최빈곤 가정 지원 나서


한파가 이어지자 혜산시 당국은 식량과 난방을 준비할 수 없는 최빈곤 가정 지원에 나섰다.

취재협력자는 “인민반에서는 절량세대 공급처럼 2~3세대 선발해 석탄 150㎏씩 긴급으로 공급했다”고 밝혔다.

1개 인민반은 20~30세대로 구성되는데 보통 4인 가족으로 한겨울에 1~1.5톤의 석탄이 필요하다. 150kg으로는 절약해도 10일분 정도밖에 쓸 수 없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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