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늪에 빠진 수출, 무역적자 2.7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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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늪에 빠진 수출, 무역적자 2.7배 확대
  • 유진경 기자
  • 승인 2023.02.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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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역대급 적자에 1월도 15.6조 적자
수출 감소 확대…반도체 전월比 44.5%↓
최대 시장 中주춤…코로나 등 수요 감소
"반도체 회복 더뎌", "리오프닝 효과 기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유진경 기자] 새해 첫 달 무역적자 규모가 한 달 만에 3배 가까이 확대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에너지 위기 속에서 지난해 역대급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새해 반도체 업황 침체까지 겹치며 적자가 가속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간과할 수 없다. 과연 올해 반도체 수출과 중국 수요가 회복되면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그 시점은 언제일 지 주목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462억7000만 달러(약 56조9907억원), 수입은 2.6% 줄어든 수입 589억6000만 달러(72조6328억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약 15조6594억원) 적자가 났다.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적자 수준이 심화됐다. 적자 규모는 전월(46억9000만 달러) 대비 약 2.7배 불어났다. 

지난해 역대급인 472억 달러(약 60조13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첫 적자이자, 당시보다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산업부는 올해 '수출 플러스 전환'을 목표로 현장을 뛰고 있지만, 연초부터 적자가 심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수출 실적까지 나빠진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비록 적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6839억 달러(약 871조2886억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데 다만 에너지 위기로 인해 수입액도 늘어난 탓에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이어지던 수출 감소세가 이달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범은 반도체다. 지난달 자동차·이차전지 등 자동차 관련 품목과 석유제품·선박·무선통신에서 증가한 것과 달리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44.5% 급감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분의 약 52%가 반도체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가격이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월보다 적자가 크게 확대돼 많이 심각한 수준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이 무역수지 악화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46.6% 감소했다. 지난해 9월까지 16개월 연속 40억 달러(약 5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10월 큰 감소폭을 보인 이후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비롯 수출액 자체가 크게 줄었다. 수출액은 전월 대비 31.4% 하락했다. 중동과 인도 등에서 소폭 수출액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수출은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5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문동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국 내 수요 문제다. 코로나19 봉쇄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었다"며 "(우리 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물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를 상반기에는 주춤하더라도 하반기에는 회복하는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에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필요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 회복하기에 다른 분야에서 늘어나기는 쉽지 않고, 결국 기존에 많이 빠진 분야부터 빠르게 회복하는 게 필요한데 반도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유악 키움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유통재고가 당초 예상보다 더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업체들의 반도체 보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4분기 말 가격을 낮추면서 공격적인 판매를 감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은 있지만 여전히 높은 유통 재고를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효과가 빠르게 반영된다면 이르면 2분기에도 회복 조짐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중동과 같은 다른 전략국가와 선진국에서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대시장인 중국의 회복 문제가 남아있다"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몇 달 기다려야 한다. 이르면 2분기, 적어도 하반기쯤에는 중국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W

y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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