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만에 파산한 SVB···뱅크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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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만에 파산한 SVB···뱅크런 이유는
  • 성재경 기자
  • 승인 2023.03.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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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산타클라라=AP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SVB는 사실상 파산했다. 산타클라라=AP

[시사주간=성재경 기자] 지난 40년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6시간 만에 그야말로 '초고속' 파산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외신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은행으로 벤처기업들과 주로 금융거래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2090억 달러의 총자산을 보유한 중견은행으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크고, 실리콘밸리 내에선 가장 크다.  이번 SVB 파산 선고는 지난 2008년 워싱턴 뮤추얼 이후 미국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파산으로 평가받는다.

외신과 시장 등에서는 이번 SVB 파산은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우려 속 예금 인출 급증과 보유자산 손실의 조합된 결과로 요약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자금난에 봉착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자 SVB는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SVB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도가능증권(AFS)을 내다팔았는데, 문제는 보유 자산의 상당부분이 미국 국채와 기관채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보유채권의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시장에 따르면 SVB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의 약 51%가 미국 국채와 기관채로 구성됐다. 이로 인해 18억 달러의 대량 손실이 발생했고,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면서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급증하는 뱅크런을 촉발했다. 이후 SVB는 증자를 실시했지만 유치에 실패하면서 결국 이틀 만에 파산선고를 받게 됐다.

즉 벤처기업의 예금 인출과 이에 대응한 SVB의 보유자산 매각, 대량 손실 과정이 반복됐고, 결국 SVB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예금 대량 인출로 이어지면서 파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는 일반적인 상업은행들이 가계 예금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벤처 캐피탈 산업에 집중하며 주로 기술 및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이에 특정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라는 한계로 예금의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IT 기술의 발전 등 스마트폰이 SVB의 파산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SVB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스마트폰에서 거액의 예금을 빠르게 인출한 것을 '초고속' 파산 사태 원인으로 지목했다.

WSJ는 보험 스타트업인 커버리지 캣의 창업자인 맥스 조가 지난 9일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타고 있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기 위해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것을 봤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처럼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인출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6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다음날인 1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부는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파산관재인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선임했다.

1983년 문을 연 SVB와 모기업 SVB금융그룹이 스타트업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부상하는 데 40년 이상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요인으로 꼽히지 않았던 소셜미디어의 뉴스 확산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한편 우리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국은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위 간부들과 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전날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 다양한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별 대응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시에는 신속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 등도 신속하게 재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 및 감독당국이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하고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나가도록 조치했다. SW

s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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