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유족들의 가슴 도려낸 '서북청년단'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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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족들의 가슴 도려낸 '서북청년단'의 등장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04.0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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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 4.3 추념식에 나타난 서북청년단. (사진=뉴시스)
3일 제주 4.3 추념식에 나타난 서북청년단.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1948년 수많은 도민들이 억울하게 학살당했던 제주 4.3 사건. 당시 여성들과 아이들까지 잔인하게 학살했던 이들 중에는 '서북청년회'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이들이 제주도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잔인한 폭력과 범죄가 기록되어 있고 심지어 희생자 집안의 여성을 협박해 억지로 결혼을 하는 등 제주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들로 인식되어 있다.

이들을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북청년단'이 3일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식에서 집회를 하려다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4·3폭동은 명명백백히 증명된, 남로당의 대한민국 건국 방해를 목적으로 한 무장폭동"이라며 이날 집회를 열 것이라고 알렸고 극우보수 정당 등과 함께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을 거리에 걸기도 했다.

지난달 서북청년단의 집회 예고가 나온 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진상조사보고서에도 제시된 것처럼 서북청년단은 4.3 발발 전부터 제주도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사태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면서 "반인류애적인 어리석은 만행을 당장 중단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 내 대학생들과 노동단체들은 "극우 보수정당 및 일부 극우단체의 상식을 넘는 역사 왜곡과 조직적인 4.3 흔들기가 제주의 봄을 어지럽히고 있다. 역사에서 진작 사라져야했던 '서북청년단'까지 등장해 유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면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참회가 아닌 4.3 왜곡 , 폄훼 행동을 끝내 자행한다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3일 오전 서북청년단 관계자 3명이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려다 시민사회단체와 충돌했고 유족들의 눈물과 항의 속에 결국 현장을 떠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정권의 퇴행적 모습 때문에 4.3을 부정하는 극우 세력들까지 활개를 친다.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평했다.

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3 학살자들의 이름 서북청년단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단체가 제주도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다닌다. 대선 당시 유가족과 도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단지 표를 구하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추념식에 불참한 것도 있지만 여당 의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도 요인이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 2월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며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일에도 "어떤 걸 사과해야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4월 3일의 사건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이고 12개의 경찰서와 관공서에 대한 무장 공격이 있었다. 이 점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5.18 북한개입설'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김광동 위원장은 4.3 사건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제주에서 발생한 대량의 양민학살사건인 것은 틀림없지만 남로당의 무장봉기로 시작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한 의견과 동일하다"며 역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들의 발언이 정부 여당 관계자들에게 나오고 정부가 이를 묵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극우단체들의 선 넘는 행동이 정당화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유족들의 아픔을 부추기고 있는 '서북청년단'의 모습이 씁쓸함을 주는 이유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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