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선 영국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그리 녹녹치 않다
상태바
기로에선 영국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그리 녹녹치 않다
  • 배성복 기자
  • 승인 2014.09.16 12:59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틀 앞으로.
15일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방송인 댄 스노우(왼쪽)가 주최한 스코틀랜드 독립 반대 모임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AP

[시사주간=배성복 기자]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까지 불렸던 영국(Great Britain)이 307년 만에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오는 1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치러지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지역(스코틀랜드·잉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중 한 곳으로 전체 면적의 3분의 1, 인구의 8%,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가결 시에는 영국의 국명과 국기가 바뀌는 것은 물론, 사회적 혼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등 유로존 내에서도 분리·독립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스코틀랜드의 '예(Yes)' 혹은 '아니요(No)' 투표에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요구…이유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요구는 작게 보면 '돈 문제'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스코틀랜드인은 켈트족의 후예이고 잉글랜드인은 앵글로색슨족의 후손으로 핏줄부터 다르다.

스코틀랜드인에게는 잉글랜드의 침략 역사가 남아 있어 반(反)잉글랜드 정서는 지속돼 왔다. 스코틀랜드 출신 영화배우 숀 코너리가 '스코틀랜드여, 영원히'라는 문신을 새겨 넣은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양국은 1707년 연방헌법에 의해 단일 국가가 됐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언어, 문화, 종교는 아직까지 갈등의 요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잉글랜드 지역에 부가 편중되면서 스코틀랜드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에딘버러 대학교의 찰리 제프리 정치학 교수가 스코틀랜드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연간 500파운드를 추가로 벌게 된다면 독립을 원할 것인가를 물었고 52%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독립 후 연소득에서 같은 액수가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응답자 72%가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스코틀랜드, 독립하면 어떻게 되나?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2011년 이를 공약으로 내건 국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영국의 심각한 경제 위기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긴축 재정 압박으로 이어지자 독립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독립 후 최대 240억 배럴로 추정되는 북해유전 매장량을 기반으로 노르웨이와 같은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가 영국 정부에 갚아야 하는 채무는 230억 파운드에 달하며, 국가 수립비용에만 해도 15억 파운드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체적인 교육 시스템과 국가보건서비스(NHS) 등 국가 체제의 주요 부문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국방과 치안, 재정 체계를 설립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금융그룹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을 비롯해 로이드 뱅킹 그룹, 스탠더드라이프 등은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옮기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영국 정부는 RBS와 로이드 지분을 각각 80%, 25%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하지만, 독립이 이뤄졌을 때 영란은행(BOE)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각종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RBS와 로이드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영업 기반을 남쪽에 두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로이드 1만6000명, RBS 1만2000명 등 고용적인 측면에서 금융업에 크게 기대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실업률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새로운 화폐도 만들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일단 영국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영국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스코틀랜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널리 통용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자체 통화를 만들더라도 작은 충격에도 출렁일 수 있는 경제 소국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서도 방을 빼야 될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는 EU 회원국 자격이 자동으로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국가가 생긴다고 가정했을 때에는 가입을 위해 다른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스코틀랜드도 예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에 독립 스코틀랜드가 자동으로 들어올 자리가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스코틀랜드가 재가입 신청을 한 뒤 28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기에도 변화가 인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잉글랜드 깃발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영국 유니언기에서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푸른색 부분이 모두 빠져 붉은색 선만 남게 될 수도 있다.

◇ 모두가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독립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은 글로벌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침체에 빠져 있는 유럽 경제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6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0.25%에서 0.15%로 인하한데 이어 지난 4일에도 금리를 0.05%로 낮췄다.

이미 마이너스였던 하루짜리 예금금리도 추가로 떨어뜨렸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국채 매입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행했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방침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에 성공한다면 스페인의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이탈리아 남티롤 등 유럽 전역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EU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다양한 지도자급 인사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유다.

아울러 현 유럽의 경제 불황에 지정학적 문제가 더해진다면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스코틀랜드 독립의 경제적 여파를 묻는 질문에 "대단히 부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릭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순자산의 5%에 달했던 파운드화 매입 포지션은 9월 초 -1.3%로 감소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파운드화를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10일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0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세금 혜택과 복지 확대 등의 조치를 내놓으며 반대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영국 연방의 소중한 가족이 갈가리 찢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며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곧 사라져버릴 꿈에 현혹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치 문제에 대해 엄정한 중립을 지켜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지난 14일 스코틀랜드 주민들을 향해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영국의 절친한 우방인 미국도 개입했다. 백악관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영국이 강하고 단단하며 통합된 파트너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든 반대로 나오든 불확실성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열렸다는 의견이 도출되고 있는 가운데 스코틀랜드 주민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SW

bsb@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