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마다 바로 해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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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마다 바로 해먹자.
  • 시사주간
  • 승인 2013.10.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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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운스님 ‘사찰음식이 좋다’
사찰음식이 좋다 (일운 지음 / 담앤북스 펴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조명된 음식이 바로 절밥, 즉 사찰음식이다. 육류 등 동물성 단백질은 당연히 없는 순식물성인데다 마늘·파·달래·부추·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도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며 영양이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사찰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사찰음식 전문서들의 레시피는 스님들의 입을 빌자면 ‘그림의 떡’이다. ‘맛’이나 ‘눈’을 위해 개량된 경우가 많고,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다. 실제로 사찰에서 접하는 공양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찰음식이 좋다’는 누구나 손쉽게 사찰음식에 도전해볼 수 있는 책이라기에 열심히 살펴봤다. 소박하면서도 단아하고, 단순한 듯하지만 보는 동안 입에 침이 꿀꺽 넘어가는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앞다퉈 맛보려드는 실제 사찰 음식들이다.

책에 등장하는 밥, 국, 무침, 장아찌 등은 2009년부터 사찰음식 축제를 열어온 경북 울진의 천년고찰 불영사에서 주지 일운 스님을 비롯한 비구니 스님들이 공양주 스님뿐 아닌 대중 스님들이 매일 같이 만들어 먹고 있는 음식들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몇 가지 양념을 더해 그대로 접시에 담아낸다. 그만큼 재료만 확보하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도 있고, 맛도 쉽게 낼 수 있다.

크게 ‘색(色) 수프 / 죽 / 밥 / 국’(26가지), ‘수(受) 겉절이 / 샐러드 / 면 / 튀김’(15가지), ‘상(想) 떡 / 전’(12가지), ‘행(行) 볶음 / 조림 / 무침 / 찜’(34가지), ‘ 식(識) 장아찌’(45가지) 등 5개 장으로 나눠 총 132가지에 달하는 사찰 음식의 레시피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각 음식에는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는 미역죽’, ‘지방질을 흡수하는 가지나물 볶음’,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땅두릅 간장 장아찌’처럼 어떤 효능을 갖고 있는지를 간략히 서술해 독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 해먹을 수 있게 배려했다.

책 중간 중간에 불영사 울력 이야기와 일기를 실었다. 깊은 산 속 불영사 비구니들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날 내내 이것들만 만들어 먹으면 깨달음 없이도 부처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천벌을 받을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서는 웃어 넘기실 것이다. 그에 더해 이 어리석은 중생에게 만수무강을 내려주실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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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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