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건강보험료 납부’ 인권위와 복지부의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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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건강보험료 납부’ 인권위와 복지부의 ‘다른 목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9.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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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미성년자 보호 위해 폐지해야” 복지부 “도덕적 해이, 사회보험 원칙 위배”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미성년자 건강보험료 납부의무 폐지' 권고를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 임동현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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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미성년자 건강보험료 납부의무 폐지'를 권고했지만 복지부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3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게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제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회보장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며 권고 이유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세대원 전원이 연대해 납부하도록 되어 있어 미성년자도 원칙적으로는 납부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인권위는 "납부의무 면제 소득 기준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미성년자에게 가해지고 있어 미성년자 납부 의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올 8월 이 권고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재산 및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연 100만원 이하인 미성년자는 예외적으로 보험료 납부 의무를 면제하고 있고 이로 인해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97%가 납부 의무 면제를 받고 있다"면서 "모든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 대한 연대납부 의무 면제는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해당 권고는 미성년자 보호가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미성년자는 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성년인 세대원과 동일하게 연대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규정을 개선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미성년자의 납부 의무를 예외적으로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의 연대 납부 의무가 폐지되어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가입자의 경우 세대주가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데 세대주가 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미성년자인 세대원에게도 보험료를 납부해야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그 의무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의무가 없어질 경우 세대주가 자신의 재산 등을 미성년자인 세대원의 이름으로 돌려 보험료를 면제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증여세 부과 문제 등이 더 크기에 쉽게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아동의 경우 납부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소득이 높거나 재산이 많은 미성년자들도 물론 있지만 그들도 납부 의무가 없다. 우리도 그런 형태로 바뀔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 등의 우려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과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미성년자에 납부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마련해서 극복해야할 문제지 아직 미성년자에 불과한 세대원에게까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인권위의 권고는 사회보험 제도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며 소득이 있는 미성년자에게는 부과의 의무를 주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맞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제도라는 것은 소득이 있으면 납부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기에 소득이 없거나 100만원 이하 소득인 경우에는 미성년자 납부 의무를 면제하고 있고 97%가 면제를 받고 있다. 원래 보험의 기본 원칙에는 면제라는 것이 없고 인권위의 권고 또한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부담을 경과하는 제도라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소득이 있는 이들을 일괄적으로 면제한다면 제도 개선 효과보다는 사회보험 원칙 위배, 도덕성 문제가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보험금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미성년자들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들에게 걷히는 금액은 약 1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부족함을 채우자는 뜻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자는 것이다. 미성년자라고 해도 1억 이상의 소득을 가진 이들이 있다. 그 측면을 고려한다면 일괄적 면제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더 좋은 방향이 있다면 제도 개선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정부 부처에 권고를 할 수 있지만 현재 권고 이후의 역할은 제한되어 있기에 정부 부처가 불수용을 한다고 해도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인권위 측은 "언론 등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공표하고 모니터링 등을 하며 대화와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미성년자를 경제적 부담에서 보호해야한다는 인권위와 소득이 있는 미성년자는 납부 의무를 가져야한다는 복지부의 의견 충돌은 복지 정책의 화두인 선별보편의 딜레마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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