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어머니 죽이기'의 어려움...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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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어머니 죽이기'의 어려움...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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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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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주간=황영화기자] "'남성다움'이란 추상적인 관념으로서 전달이 가능합니다. 반면 '여성다움'을 딱 집어 가리키는 관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여성다움'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딸을 자신과 신체적으로 동일화시키려는, 나아가 동일화를 통해 지배하려는 시도에 끝없이 가까워지게 되지요."(211~212쪽)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사이토 다마키가 쓴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일본 쓰쿠바대학 사회정신보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책에서 복잡 미묘한 애증의 모녀관계를 분석했다.

모녀관계는 모자나 부녀 또는 부자관계에 비해 매우 특이하며 일반적으로 복잡할 뿐만 아니라 기이한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부자관계는 '학대'나 '증오'처럼 비교적 단순한 개념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러한 관계는 각종 이야기 담론에서 '아버지 죽이기'로 변주된다.

그러나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한 것일 수 없기에 '아버지 죽이기'는 '어머니 죽이기'로 대체되지 못한다. 어머니의 존재는 여성인 딸의 내면에 깊이 침잠해 있으므로,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달리 간단히 '죽어주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각종 임상 사례와 언론 보도 사례, 소녀 만화 등을 소재로 여성 특유의 신체 감각과 모성에 대한 강박을 정신분석학적으로 고찰하고, '어머니 죽이기'의 어려움을 검증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단순히 '착종(錯綜)'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기괴한 형태를 띨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딸이 마치 늪이나 다름없는 관계에 꽁꽁 묶여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12~13쪽)

"어머니는 가장 먼저 말을 통해 딸을 지배하고 신체적 동일화를 부추깁니다. (…) 딸에게 향하는 말은 사실 어떠한 욕망을 담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 아마 어머니의 신체성은 말의 회로를 통해 딸에게 전달되겠지요. 이는 모든 딸들의 신체에 어머니의 말이 인스톨되어 내장됨을 의미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어머니 죽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알 수 있지요. 아무리 어머니를 부정해도 딸들은 이미 주어진 어머니의 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처럼 어려운 관계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요?"(222쪽)

저자는 어려운 모녀관계에서 빠져나갈 방법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해결의 힌트 정도는 제안해볼 수 있다며 자신의 인생 살기, 의도적인 거리 두기, 제3자의 개입, '어머니의 말' 작용 자각하기, 젠더 문제 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젠더 문제를 언급한다. 우선 모녀관계를 부자관계로 바꾸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자문한 뒤, 이 특수한 모녀관계 문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사회의 젠더 문제임을, 젠더 문제의 해결이 모녀관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임을 암시하며 글을 맺었다. 꿈꾼문고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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